배우자외도,고금의 고민이라(박갑천칼럼)

배우자외도,고금의 고민이라(박갑천칼럼)

입력 1993-02-10 00:00
수정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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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거짓말 연구가인 사회학자 페터 슈티그니츠 교수의 한 주장이 외신으로 전해진바 있다.독일의 잡지에 기고한 내용인데 그 가운데 남성의 경우 결백과 사랑의 맹세는 85%가 거짓말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슈티그니츠 교수의 이 설은 「사내란 믿을게 못된다」는 우리네 속설과도 궤를 함께 한다는 인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도스토예프스키가 여행중에 그의 부인에게 했다는 편지도 한번쯤 생각해 봄직 하다.『…당신에게 천번의 키스를 보내오.천번의 키스는 틀림없이 할수 있겠지만 당신의 편지 속에 쓰인 천만번의 키스란 말은 분명 거짓이라 생각하오…』라고 썼던 그 편지.「85%」설에 의할 때 도스토예프스키도 그 여행중에 다른 여성과 「천번의 키스」를 나누는 가운데 그 아내에게는 가짓부리 편지를 썼던 것인지 모를 일이다.

「85%」설이 무색해지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조선조 초기 정난공신(정란공신)1등으로 연산군(연산군)에 봉해지는 양효공 김효성(양효공 김효성)이 그런 사람이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많았고또 그런만큼 부인의 시새움도 대단했던 듯하다.어느날 밖에서 돌아오던 그는 부인의 자리 옆에 놓인 검정물 들인 모시 한필이 눈에 띄었다.어디다 쓸 것이냐고 묻자 부인이 대답한다.

『대감이 여러 첩한테 빠져 본처를 원수같이 대하기 때문에 나는 결연히 여승이 될 마음으로 이것을 물들여 놓은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바람둥이 남편」의 대답은 이러했다.­『(웃으면서)… 내가 호색하여 여기(여기)·여의(여의)로부터 양가(양가)의 여자·천한 여자·코머리(현수)·바느질하는 종 할것 없이 얼굴이 뱐뱐하기만 하면 사통(사통)하여 왔으나 여승에 이르러선 아직 가까이해본 적이 없소.그대가 여승이 된다면 이건 내가 바라던 바이오』.바람둥이란 본디 넉살이 좋다던가.「청파극담」(청파극담)에 나오는 얘기이다.

하기야 사내들 바람기는 신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던가.그리스 신화에서의 최고신인 제우스만 해도 그렇다.그는 스파르타왕의 아내 레다의 미모에 반한다.레다는 여름날 오후 깊은 숲속우물에서 목욕하는 것이 취미였다.제우스는 그 우물에 떠있는 백조로 변신하여 레다와 교접한다.헬레네는 이 결과로서 태어난 절세의 미녀였다.제우스의 「권리남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남편 암피트뤼온과 행복하게 사는 정숙한 아내 알크메네까지 탐한다.그래서 싸움터에 나간 남편으로 변신하여 침실로 침범한다.그리스 신화 최강의 영웅 헤라클레스는 이 관계에서 탄생한다.

「사랑의 전화」가 지난 한햇동안 전화상담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가 알려졌다.그에 의할 때 부부문제가 가장 많았고 부부문제 가운데서도 「배우자의 외도」로 고민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32.2%).고금에 변함없는 바람기.다만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아내의 바람기로 고민하는 남편의 경우도 있는 것이리라.<서울신문 논설위원>
1993-02-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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