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퇴장이 남긴 교훈(사설)

정주영씨 퇴장이 남긴 교훈(사설)

입력 1993-02-10 00:00
수정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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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국민당대표의 정계은퇴 선언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하더라도 정작 가시화되자 충격을 준다.불과 수일전만 해도 그는 자신의 정계은퇴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기에 더욱 의외다.

지난 대선에서 김영삼 민자당후보와 경쟁했던 강력한 두 야당 후보가 모두 대선 패배와 더불어 정계를 떠난 이 전례없는 상황에 우리는 새삼 정치의 무상을 느끼면서 우리 정치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다.우리는 정씨의 퇴장을 여러가지 면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선 개인적으로 볼때 78세의 고령인 정씨가 섣불리 뛰어든 정치의 멍에에서 해방된 것은 다행이 아닐수 없다.그가 선거법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적 수습」의 실마리가 마련되지 않았나 싶다.현대그룹의 창업주이며 최대 주주인 정씨가 정치에서 물러남으로써 이제 현대그룹은 더이상 국민당과의 유착 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 본연의 일에 전념할수 있게 되었다.현대그룹이나 우리 경제를 위해 얼마나 다행인가.

정씨의 퇴장은 우리 정계에 많은 교훈을 남기면서 공인 윤이의확립과 깨끗한 정치의 구현에도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정씨의 절대적 영향 아래서 탄생하고 성장한 국민당의 경우 정신적 지주와 재정 후원자의 동시 상실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지만 하기에 따라선 자활자전의 새로나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볼수 있다.

정씨의 정계은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씹어 보게 한다.우선 한국 최대재벌의 정치실험·정치도전이 불과 1년만에 좌절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지난해 그는 국민당을 창당한지 45일만에 치른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국민당을 단숨에 원내교섭단체로 부상시켰다.재벌의 정치참여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양금시대에 식상한 유권자들에게 그는 새로운 활력소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그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그의 아파트 반값공급 공약은 한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았지만 실현성이 의심되면서 그에 대한 신뢰도 무너지기 시작했다.그는 실언과 식언을 거듭함으로써 정치의 격을 떨어뜨리고 공인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다.특히 대선에서의 불법 김력선거 자행은 급기야사법처리의 도마 위에 올라 그는 우리 선거사상 최초로 기소된 대통령후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한국에서 한 재벌의 정치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의 실패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많다는 점이 그를 아끼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든다.정말이지 우리는 근면한 한국인의 표상이자 한국 근대화의 상징인 정주영신화가 섣부른 정치 도전으로 인해 훼손된걸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1993-02-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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