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혼탁의 주범,누구인가(사설)

대선혼탁의 주범,누구인가(사설)

입력 1992-11-26 00:00
수정 1992-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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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어를 가진 민족이다.그것도 단순하고 거친 것이 아니라 섬세하고 정제된 언어로 된 경어다.우리 민족이 말의 능력을 존중하는 민족이기 때문이다.말의 능력을 존중하는 것은 사려깊은 민족의 특성일 것이다.아름답고 세련된 경어를 가진 우리가 선거때만 되면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무고와 비방의 저질 흑색선전이 넘쳐나는 현장으로 변하는 것은 지난 세월의 불행한 유산이다.

대통령선거전이 시작부터 혼탁상을 보이자 선관위가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경고하고 있다.후보에 관한 근거없는 인신공격을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경고다.벌써부터 선관위의 이같은 경고가 발동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실망을 느낀다.선관위의 지적처럼 민자 민주 국민 3당은,이번 대통령선거에서만은 흑색선전이나 금품살포 인신공격같은 것을 삼가겠다고 결의했던 사실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따라서 온유하고 품위있게 말하면서도 촌철살인하는 기지와 원숙함을 우리는 기대했었다.

마당에서 못볼일이 벌어지면 그것이 보이는 창호지문의 유리봉창을 막아버리는 것이 점잖은 사대부가의 금도였다.귀를 막고싶은 비방과 인신공격은 아무리 사실에 유사한 것이라도 듣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 본디의 우리 성정이고 그것이 현재의 유권자다.

어쨌든 후보들은 우리가 내세우는 대통령감이다.우리의 대통령감이 「거짓말쟁이」고 「무식쟁이」고 「불구자」라면 그것은 우리를 슬프게 할 일이다.더구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상대방을 그런 식으로 헐뜯고 비방해가며 서로 이기겠다고 싸우는 일을 보는 일은 환멸스럽다.

선거가 그런 이전투구의 상태에서 치러지는 일에 국민은 이제 더는 참기가 싫어졌다.국민의 눈이 그렇게 높아지기도 했으며 세련도 되었다.무엇보다도 거짓말속에서 진실을 읽을 능력도 생겼고 무단히 헐뜯는 속에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분별할 수 있는 눈밝음도 지니게 되었다.비겁하게 상대방의 약점을 비아냥거려서 이익을 볼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판독할 줄도 알게 되었다.흑색선전으로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의도에는 분노를 느끼고 오히려 가혹하게 심판하는 단호함도 생길만큼 우리의 민도는 성숙했다.

누가 어떤 태도로 선거기간을 보냈는지를 유권자들은 일일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그 밝은 눈매에 실망을 주지 않기를 당부한다.그것이 아름다운 경어문화를 가진 우리의 선거풍토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1992-11-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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