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이란 말은 명장 한신의 용병술에서 나왔다.강을 등지고 싸운 한군은 조군을 크게 무찌른다.누군가 병법에 반대되는 전술로 이겼다고 말하자 한신은 대답한다.『그렇지 않다.병법에 죽을 땅에 빠뜨려 두어야 살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등뒤에는 물이 있을 뿐이니 후퇴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오합지졸」인 한신의 군사는 그래서 결사적으로 싸워 이겼다.일본기단에서 활약하는 조치훈기사는 곧잘 이 배수의 진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큰 타이틀전 때마다 지면서 막판까지 몰고 간 끝에 물을 등진 벼랑에서 싸워 이기니 말이다.그는 물론 「오합지졸」아닌 역전의 「명장」.벼랑에 서야만 힘이 솟는다는 것일까.끝까지 침착을 잃지 않는 집념탓일까.타고난 명승부사다.◆22∼23일에 두어진 일본의 47기 본인방7번기 최종국.조본인방이 도전자 고바야시(소림광일) 구단에게 내리 세번을 져서 벼랑에 몰린 끝에 다시 내리 세번을 이긴 다음 붙게 된 마지막판이었다.그래서 일본 기단뿐 아니라 국내 바둑 팬들까지 관심을 모았던 한판.이 판을 이겨서 타이틀을 방어했다.졌더라면 그는 무관으로 되는 대신 고바야시는 3대 타이틀 보유자라는 영관을 썼을 것이다.◆조구단의 배수진 역전 드라마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유명했던 것이 83년의 기성위쟁취 때.후지사와(등택수행) 기성에게 3연패후 4연승함으로써 4대 타이틀 보유자(기성·명인·본인방·십단)가 되었다.그후 84년 명인위 방어전때 오타케(대죽영웅) 구단과의 사이에서도 3연패후 4연승의 역전극을 펼쳤으니 이번으로 세번째.「목숨을 걸고 둔다」는 면목이 약여해진다.◆86년의 불행했던 교통사고후 큰 힘을 못써 오는 조치훈기사.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저력이 있다.승부사의 기질이 있다.이번의 역전극이 제2의 도약의 발판으로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992-07-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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