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태안보기구 제의(사설)

일본의 아태안보기구 제의(사설)

입력 1992-07-05 00:00
수정 199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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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하면 무임승차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일본이 아시아 태평양지역 안보를 위한 다자기구 구성을 제창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미국을 방문중인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총리는 지난2일 연설을 통해 아태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미·중·러시아등이 참여하는 다국간안전보장기구가 창설되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미야자와 총리는 이러한 견해를 처음 밝힌 지난달 22일 도쿄회견에서 『아시아 전체의 새로운 안보기구를 구상하는 것이 일본외교의 중요과제』라고 강조하며 총리 자문기관인 「21세기 아시아·태평양과 일본을 생각하는 간담회」를 통해 이를 계속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그는 유럽에 역내 안전보장 및 경제·인권 협력등을 위한 유럽안보협의회의(CSCE)가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아시아에도 이같은 다국간 안보기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확대외무장관회의에서도 당시 나카야마 타로(중산태낭)를 통해 아시아 안보구상문제를 제안한바 있다.그러나 그땐 중국과 소련의 참여를 배제했었다.

미야자와의 아시아 집단안보 구상에 대해 러시아는 『유럽에서 축적한 경험을 이용해 아태지역 안보체제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며 즉각 지지 입장을 나타냈다.러시아는 전신인 구소연방시절부터 아시아에서의 미국견제를 위해 역내 집단안보체제의 창설을 주장해왔다.과거 호주·캐나다·몽골등도 역내의 다양한 다자안보협력구상을 내놓은바 있어 이번의 일본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정치·군사대국화를 아직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중국으로선 한번쯤 얘기해볼수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일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의 유럽형 집단안보문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아시아는 유럽과 같은 동질성보다는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차이와 안보적 불안요인이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자간 정치 군사 경제기구의 구성이 어렵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한미상호방위조약,미일안보조약등 양자조약을 통해 아시아 안보에서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종전의 양자관계에서 보다 워싱턴의 영향력이 떨어질 새로운 다자기구의 탄생에 박수를 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국은 일본의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최근 일본은 해외파병과 군사대국화의 길을 열어놓은 PKO(유엔평화활동)법안 통과에 이어 미야자와총리의 방미를 통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외교적노력,바꿔말해 경제대국의 위력을 바탕으로 정치·군사대국화를 향한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느낌이다.아시아 집단안보의 제창이야말로 더욱 그렇다.그래서 우리는 일본에 대해 아시아의 맹주를 노리려는 저의가 담긴 집단안보구상을 버려라,우선 과거사부터 깨끗하게 처리해서 주변국가의 신뢰를 두텁게 하라고 소리칠 수 있을 것이다.

소련의 붕괴에 따른 세계질서의 재편은 일본의 위상변화를 어쩔수 없는 현실로 만들고 있다.유럽의 골칫거리였던 독일은 지난 40여년동안 나토와 EC라는 두 다자기구속에서 유럽화의 길을 걸었다.그렇다면 일본을 다자기구에 엮어두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해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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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정치·군사대국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데 대해 우리의 대응논리와 장단기 전략을 마련할 때다.
1992-07-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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