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그대로 두고는…(사설)

화학무기 그대로 두고는…(사설)

입력 1992-06-05 00:00
수정 1992-06-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따지고 보면 북한의 핵위협은 가상적인 것이다.아직은 북한의 핵폭탄 보유여부가 확실치 않다.북한이 녕변의 핵시설을 이용해 핵폭발장치를 만들고 이를 실전용 핵폭탄으로 개발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걸릴것으로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그러나 북한의 화학무기 위협은 핵에 비해 훨씬 현실적인 것이다.현재 북한은 1천t 이상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생화학전 능력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휴전선 인접지역에 사정거리 6백㎞의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를 구축해 놓았다.이만한 사거리를 갖는 미사일이면 제주도를 포함한 남한전역을 위협할 수가 있다.3년전 이라크가 살포한 독가스에 5천여명이 떼죽음을 당했던 쿠르드주의 참상은 아직도 인류의 뇌리에 깊은 공포로 남아 있다.대량살상 화학무기를 탑재한 스커드 미사일이 휴전선 남쪽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소름이 끼친다.북한의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것은 우리의 긴급한 안보과제가 아닐 수 없다.

화학무기는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라고 불린다.제조법이 핵무기보다 훨씬 간단하면서도 핵무기에 버금가는 대량살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또 생산비도 핵탄두의 1%밖에 안된다.국제적 압력때문에 핵개발을 차단당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국제적 규제를 받지않는 화학무기에 더욱 강한 집착을 가질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화학무기의 사용은 물론 생산·보유까지도 불허하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가입,북한의 협약 가입을 유도하는 한편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화학무기의 생산·개발·보유·사용금지를 공동선언할 것을 제의할 방침이라고 한다.노태우대통령은 작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은 화학무기의 전면폐기를 지지하며 국제적인 조약이 체결될 경우 조기에 이에 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또한 89년1월에 당시 최호중외무장관은 화학무기금지를 위한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남북한쌍방이 무력분쟁 수단으로서의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할 것』을 제의한바 있다.북한의 화학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을 지지하면서 더욱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 나갈것을 촉구하는 바다.

작년 5월부시미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든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서 화학무기금지협약발효후 10년내에 미국이 보유한 모든 화학무기의 무조건 폐기를 선언했다.비인도적인 화학무기의 금지·폐기는 거역할 수 없는 대세다.

북한도 작년 유엔총회에서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힌바 있다.그러나 금년말 파리에서 서명식을 가질 이 협약에의 가입 의사를 딱 부러지게 천명한 적은 없다.핵비확산조약에 서명하고도 이 조약이 의무사항으로 부과한 핵사찰을 7년이나 미뤄온 그들의 행적이 화학무기금지협약에서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이 협약 가입을 회피하거나 가입하더라도 그 비준 등을 고의로 지연할 경우 핵사찰처럼 미일 등과 연대한 외교적 압력을 통해 북한의 화학무기 제거를 유도하는 방안은 지금부터 적극 추진할 과제라고 본다.
1992-06-05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