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과소비」확산/정인학 생활부기자(저울대)

「물밑과소비」확산/정인학 생활부기자(저울대)

정인학 기자 기자
입력 1992-05-09 00:00
수정 1992-05-0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고개를 숙이는 듯했던 과소비풍조가 물밑에서 꿈틀대고 있지 않나 한다. 과소비에 대한 사회적 자탄의 화살이 여기 저기에 꽂히자 한때 수그러드는 것 같이 보였던 그 못된 풍조가 올들어서는 모습을 별로 드러내지 않은 채 교묘한 수법으로 확산되어 가는 조짐이다. 지난해 과소비풍조가 자기 현시욕에서 드러내 놓고 저지른 몰염치형이었다면 최근에 번지는 신종 과소비풍조는 내숭형이라고 할까.

그래서 요즘의 과소비풍조는 암세포 분열방식으로 보이지 않게 확산되고 있다. 그 물증은 여러 군데서 찾아진다. 올들어 가전제품의 판매추이만 보아도 그렇다. 삼성전자 등 가전 3사가 올들어 지난 3월까지 공급한 냉장고 등 5대 가전제품의 판매량만 보면 일견 줄었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매액수는 오히려 20%나 급증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는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면서 실용성을 따지기에 앞서 대형용량의 고가제품만을 골라 산 것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과소비풍조는 지극히 단세포적이어서 일과성 결혼비용에서도 헤픈 씀씀이 버릇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소득 향상에서 비롯된 소비행태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주 거론할 수 밖에 없는 일본의 소비행태를 들여다 보자.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의 결혼비용과 우리 결혼비용을 비교해 보면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판이다.

지난 90년기준으로 우리나라 신혼부부의 결혼비용은 1천7백69만원으로 지난 85년의 8백82만원보다 1백%나 늘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신혼부부들은 7백만엔으로 85년의 6백88만엔에서 고작 2% 더 쓰는데 그쳤다. 그들 신혼부부들이 비용을 더 쓰긴 했으나 국민소득에 비하면 우리보다 훨씬 근검한 생활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일본은 소비재를 수입하는데도 사뭇 근검절약형이다. 지난해 소비재 수입증가율은 2.0%로 우리의 19.5%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올들어서는 허리끈을 졸라매 지난 1월에는 3.8%가 줄었으며 2월들어서는 90년의 같은 기간보다 무려 10.3%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같은 기간보다 30%나 더 외국산 소비재를 사온 우리로서는 더이상 할말이 없다.

1992-05-09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