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레이스 먹구름… 부시 당혹

백악관레이스 먹구름… 부시 당혹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2-05-02 00:00
수정 1992-05-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부시/연방군투입결정등 조기수습 부심/클린턴/흑인표 겨냥 “사법제도 잘못” 맹비난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수습을 위한 미연방정부의 대처방향은 두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법과 질서유지를 위해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 로드니 킹사건 관련 4명의 경찰관을 연방민권법에 의해 사법처리하는 방안이다.

부시대통령은 LA소요사태가 이틀째 계속되고 다른 도시에서도 흑인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지는등 전국규모의 본격적인 흑백마찰로 확산되자 이날 낮 4천명의 연방군 병력과 1천명의 연방경찰을 LA흑인폭동사태 진압을 위해 파견토록 명령했다.

그러나 이들 병력중 연방경찰은 즉시 시내로 투입돼 치안유지에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연방군은 필요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LA의 한 병력집결지로 우선 이동할 뿐 바로 투입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대통령은 또 『끝까지 주정부와 시당국이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강조하고 있어 어쩔수 없이 투입결정은 내렸어도 내심으로는 연방군이 직접 이 사건에 개입하는 것은 원치 않는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30일 성명발표를 전후하여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주지사,톰 브래들리 LA시장 등과 전화통화를 한뒤 윌리엄 바 법무장관및 행정부내 유일한 흑인각료인 루이스 설리번 보건후생부장관 등과 긴급회동,소요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해 연방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안들을 협의했는데 여기에서는 관련경찰관에 대한 사법처리가 일차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법무부당국은 부시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련경찰관들이 직무집행에 있어 인종차별을 해서는 안된다는 민권법을 위반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바 법무장관이 『배심원의 무죄평결로써 이번 사건의 모든 절차가 끝난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연방검찰이 관련경찰에 대한 조사를 한뒤 이들을 기소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이 흑인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게한 직접적인 동기는 『81초짜리 비디오 필름이 생생히 보여준 「잔인한 공권력」의 현장이 인종차별을 바탕에 한법의 불공정한 집행』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부시대통령으로서도 이 점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건이 부시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11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시기적인 미묘성이다.

다시 말하면 이번 사건의 처리향방은 곧바로 표의 흐름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부시행정부로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하는 입장이다.

부시대통령의 이날 성명에서도 나타났듯이 부시는 이번 사건에 대해 기본적으로 양비론의 입장에 서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이와 동등하게 법과 질서의 파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관련경찰」도 잘못됐고 「폭도」들도 잘못됐다는 시각이다.

이같은 양비론적 입장은 국정최고책임자로서 당연한 언급이기는 하겠지만 선거득표전략의 차원에서 보면 흑인표도 놓쳐서는 안되겠고 그렇다고 「보수세력」의 표도 잃어서는 안되겠다는 고려라고도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인 빌 클린턴은 『부시는적어도 「비디오 필름」이 단순히 흑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인으로 하여금 평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토록 했다는 사실을 인식했어야 했다』며 부시대통령의 「보수적」인 시각을 은근히 비판,흑인들에게 환심을 사는 제스처를 취했다.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지명 경쟁자인 제리 브라운도 『배심원의 평결은 우리의 현행사법제도로서는 특히 경찰관을 처벌할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것』이라고 지적,정부의 공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부시대통령은 흑인표를 겨냥한 야당 경쟁자들의 비판을 상쇄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금주중에 전국의 지역사회지도자들과 만나 인종갈등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는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또 지난 68년 마틴 루터 킹목사 피살사건을 계기로 전국을 휩쓴 폭동이후 마련된 민권법의 엄격한 이행을 총점검하는 촉진제가 될것 같다.흑인사회뿐만 아니라 미국의 지식인들은 이번 로드니 킹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양식에 비추어 과연 편협한 인종주의가 전혀 없는 것인지를 냉철히 따져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연방정부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직시,민첩하게 대응하고 있고 법과 질서를 존중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2-05-02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