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내전 끝났어도 「불씨」는 잠복/불안한 과도정부의 앞날

14년내전 끝났어도 「불씨」는 잠복/불안한 과도정부의 앞날

유세진 기자 기자
입력 1992-04-30 00:00
수정 199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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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노리는 강경파향배가 변수/내전 재개땐 유고식분열 가능성도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집권평의회가 28일 정권을 공식인수함으로써 14년에 걸친 아프간내전은 반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그러나 아프간 새정부의 앞날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이제까지는 공산정권타도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서로 이념과 노선을 달리하는 반군파벌들간에 협조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공통목표가 사라진 지금 각 파벌들은 주도권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집권평의회의 지도아래 하나로 뭉칠 수 있을지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아프간반군의 양대세력 지도자인 온건파의 아메드 샤 마수드와 강경파의 굴부딘 헤크마티야르가 집권평의회의 의장이 되지 못하고 집권기반이 약한 시브가툴라 모자디디가 2개월간의 과도기간 지도자로 선출된 사실이 반군파벌간의 화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다.모자디디의 선출은 반군파벌간의 타협의 결과지만 14년의 내전기간중 어떤 합의사항도 장기간 지켜본 경험이 없는 반군 각 파벌이 이같은 타협을 얼마나 오래 지켜나갈 것인지 현재로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모자디디가 풀어야할 첫번째 과제는 이념과 종파·종주이 제각각인 각 파벌들을 하나로 단합시키는 것이다.그리고 이를 위한 최대관건은 집권평의회에의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헤크마티야르를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달렸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모자디디는 헤크마티야르를 「살인자」라고 비난하는등 둘사이가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더욱이 헤크마티야르는 이스람법률의 엄격한 적용을 고집하고 있어 온건노선의 모자디디와는 융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반면 마수드는 이슬람정부가 수립되더라도 회교법률의 적용에는 비교적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모자디디를 비롯한 반군들의 상당수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또 이란과 같은 강력한 회교정부의 출현을 께름칙하게 생각하는 서방세계도 헤크마티야르보다는 마수드를 환영하는 입장이다.그러나 문제는 헤크마티야를를 완전히 제외시키고는 아프간의 평화정착이 보장될 수 없으며 그를 제외시킬 현실적인 방법도 없다는데 있다.따라서 헤크마티야르를 집권평의회안에 끌어들이지 못하는한 모자디디는 반군파벌들간의 반목과 대립에 시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반군들간의 타협이 깨져 내전이 다시 벌어질 경우 아프간이 유고와 같이 분열될 가능성도 많다.이는 다수민족인 파슈툰족을 이끌고 있는 헤크마티야르가 정권인수에 실패할 경우 파슈툰족만으로 독립국가를 건설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그럴 경우 소수민족인 타지크·우즈베크족으로 구성된 새 국가의 탄생이 불가피한데 중앙아시아의 회교공화국들을 포함한 주변지역들로 아프간사태의 여파가 확산될 것을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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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농업을 주산업으로 해온 아프간의 경제는 14년에 걸친 내전으로 논밭이 지뢰밭으로 변해 경작이 거의 불가능해지는등 완전한 피폐상태에 놓여 있다.그러나 이처럼 시급한 경제문제를 눈앞에 두고도 이의 해결을 위해 매달리지 못하고 반군파벌간의 대립과 반목을 방지하는게 더 급하다는 사실이 아프간이 처한 어려움을 입증하고 있다.수니파와 시아파,파슈툰족과타지크·우즈베크족의 대립등 모자디디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아프간반군간의 복잡한 대립은 내전종식이 아프간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임을 보여주고 있다.<유세진기자>
1992-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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