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외교관」/문두훈 서울시향단원(굄돌)

「음악 외교관」/문두훈 서울시향단원(굄돌)

문두훈 기자 기자
입력 1992-02-11 00:00
수정 1992-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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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음악의 본 고장인 유럽지역에서 우리 악단이 공연을 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더군다나 국력으로 비견되는 교향악단의 유럽공연은 모두들 일종의 도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사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1988년 5월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유럽 지역에 첫 발을 내디딜 때의 일이다.

연세가 지긋한 음악 애호가가 대단히 화가 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서울시향이 유럽공연을 떠난다고 하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 창피한 연주 수준으로 유럽공연을 어찌 떠나려고 합니까?』라고…….

전화를 받은 나는 한참동안을 설명하였다.『시향의 연주수준이 전화하신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것과 같이 아주 형편 없지는 않습니다.만약에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교향악단이 공연을 와서 연주를 했는데 그 연주가 서울시향이나 그밖의 교향악단보다 나은 연주라면 우리가 얼마나 놀라겠습니까? 그리고 이것은 아프리카의 외교관이 서울로 백번 와서 노력한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낳지 않겠습니까.또한 우리의 연주자들이 이처럼 중요한 공연에 무책임하게 아무렇게나 연주할 것 같이 보입니까? 그런데 최근에 우리 교향악단의 연주를 직접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랬더니 그 분은 서울시향의 연주를 최근에 직접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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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 나서 이야기했다.『아니 선생님은 연주를 직접 들어 보시지도 않고 어떻게 서울시향의 연주 수준이 어떠어떠하다고 이야기하실 수 있습니까?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연주를 들어보신 후에 이러저러하다고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랬더니 그분은 고맙다고 하며 전화를 마쳤다.그리고 우리는 유럽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다.청중을 가득 메운 거의 모든 공연장에 『서양음악의 역사가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어떻게 저런 교향악단이 생겨날 수 있는가?』등의 찬사를 받으며 말이다.이제 우리 「음악외교관」의 연주를 직접 들어보고 역량을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1992-02-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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