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정치소국” 일본/박정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경제대국 정치소국” 일본/박정현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2-01-19 00:00
수정 1992-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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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일본총리의 2박3일간 한국 방문은 한·일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새삼 일깨워준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의제가 종군위안부문제와 대일무역수지적자 해소에 있었던 만큼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어느때보다 각별했다.

그러나 미야자와총리는 이같은 현안과 양국간 실질협력방안에 대해 원론적인 수사로 일관했다.

빈손으로 서울에 온 그는 「말의 성찬」만 늘어놓았다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우선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이 역사의 시계바퀴를 45년이전의 과거로 돌리자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만 지난 65년 한·일기본조약체결 당시 이 문제는 전혀 사회문제화되지 않았던 만큼 새롭게 조명되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야자와총리는 그럼에도 「사죄」대신에 「사과」라는 표현을 했고 노태우대통령의 응분의 조치 요구에 「적절한 조치」라는 모호한 용어를 썼다.

방한 직전 미야자와총리는 한·일 양국간 미래지향적 선린우호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그의 발언이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번에 종군위안부등 현안에 대해 보다 겸허한 표현과 구체적 보상문제까지 거론했어야 옳았다.

미야자와총리가 노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을 때 일본에서는 가토(가등)관방장관이 「반일감정을 가르치는 역사교육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흔히 일본인은 말로 명분을 차리는 「다테마에(건전)」와 속마음인 「혼네(본음)」가 따로 노는 민족이라고 한다.가토의 「망언」을 보면 미야자와총리의 사과발언이 그들의 「혼네」인지조차 의심스럽다.

또한 90억달러에 이르는 대일무역수지적자에 대해 일측이 구체적인 시정방안을 내놓기보다 「실천계획」을 실무위로 떠넘긴 것은 일단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의도라고 여겨진다.

무역적자가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그러나 1천억달러의 흑자를 내는 일본이 우리의 무역역조시정 5개항을 대부분 거부한 것을 보면 일본이 경제대국은 될지언정 정치대국이 되기에는 요원한 것같다.

계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일본의 자세가 계속되는 한 한일양국간 21세기를 향한 미래지향적 선린우호관계도,아태지역내 정치대국화를 향한 일본의 노력에 협조해줄 어느 주변국가도 있지 않음을 일본은 깨우쳐야 할 것이다.
1992-01-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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