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으로 포장된 선물(사설)

부도덕으로 포장된 선물(사설)

입력 1991-12-15 00:00
수정 1991-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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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북적대는 교통난이 연말을 목전에 두고 더욱 혼잡스럽다.한해를 마감하면서 해야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리라.그러나 연말 교통난심화의 주된 원인은 선물을 실어나르는 차량들의 급격한 증가탓이라고 한다.

지나간 1년동안의 고마움의 표시라든가 찾아가 인사할 겨를조차 없었던데 대한 최소한의 인정의 표현은 우리사회의 전통적 미덕일수도 있고 오히려 이것이 사회의 유대를 끈끈하게 해주는 연결고리 역할도 해 줄수 있어 좋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는 오히려 연말연시의 선물풍조가 꼭 좋은 쪽으로만 볼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5만원짜리 구두상품권은 보통이고,10만원이상의 갈비짝,비싼 양복상품권이나 고가의 보석류가 달린 장신용구까지 선물로 주고 받는 것이 예삿일처럼 되어 있다면 연말연시 선물의 의미를 따지기 이전에 한심스런 작태가 아닐 수 없다.

경제가 순탄하게 돌아가고 사회 구석구석에 우울한 면이 없다손 치더라도 지탄받아야 할 일들이 경제가 사상최악의 적자요 우울한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닌 상황에서 근래의 연말연시 선물행태는 가장 비판받아야 할 첫번째가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몇십만원,몇백만원짜리선물은 선물이 될 수가 없다.그렇지 않아도 우리 경제사회의 오늘과 같이 일그러진,추악한 모습의 일단은 과소비로 비롯된 것이다.금년내내 경제·사회에서 비판받아온 것 중의 하나가 과소비요,그래서 뒤늦게나마 그 추방운동이 사회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다못해 국세청은 백화점등에서 대량의 선물을 주문하고 연말연시 호화송년파티등에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그러한 행정적 규제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모르되 최소한 과소비다,호화선물이다 하는 것은 규제에 앞서 국민 각자가 자제해야 하는 행동규범이 돼야 한다.

세속이 달라져 집에서 만든 음식이나 농산물은 선물로 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선물은 선물 그 자체에서 의미가 찾아져야지 값에서 찾아진다면 그것이 어찌 선물일수 있는가.그것은 하나의 뇌물이요,사회를 혼탁하게 만드는 독약과 같은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도서상품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상품권의 발매가 금지되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이나 보석상,고급양복·양장점,제화점은 상품권의 변형인 교환권·인환권과 같은 유사상품권을 발행하기에 여념이 없다면 발행업소뿐아니라 그것을 사가고,그것을 받는 사람은 명백한 범법자이다.여기서 범법의 유무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우리사회의 부도덕한 행태의 하나가 연말연시의 선물풍조임이 분명하고 그것이 과소비로 내내 이어진다는데 오늘날 선물이라는 이름을 빙자한 물건 돌리기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연말연시의 선물은 나무랄수 없는 미덕일수 있다.책한권,고향의 특산품같이 값을 따지지 않는 정성을 보낼때에는 그렇다.부도덕과 물질만능을 포장한 선물은 선물이 아니다.
1991-12-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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