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쇼」가 아니다/김만오 정치부차장(기자의 눈)

정치는 「쇼」가 아니다/김만오 정치부차장(기자의 눈)

김만오 기자 기자
입력 1991-11-23 00:00
수정 1991-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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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들은 이제 정치판에서 떠나야 한다』는 이른바 「낚시론」을 비롯,각종 발언과 행동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김동길 전연세대교수가 새로운 「깃발론」을 앞세워 정치일선에 나섰다.

지난 20일 서울 무역회관 국제회의실에서 「태평양시대위원회」의 창립을 선언한 김 전교수는 우리나라를 태평양시대의 주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태평양시대위원회는 앞으로 「새정치협의회」라는 정치인 협의체를 산하에 두고 14대 총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 전교수가 새 정치를 주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태평양시대위원회에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새정치」를 천명하면서 내세운 깃발이 실상은 누렇게 빛바랜 「헌 깃발」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새 정치를 표방하고도 구심멤버들은 「여야 또는 3공,5공,6공을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겠다」는 발상은 논리나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 전교수는 당초 6공과 민자당에서소외된 인사와 통합야당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는 발상을 했다가 접촉과정에서의 이견때문에 정-차원의 세력 결집에 실패,우선 준정당성격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김 전교수와 태평양시대위원회는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의아해하는 다음 세가지 질문에 분명한 답변을 해야할 것이다.

첫째는 위원회의 분명한 색깔과 정체를 밝혀야 한다. 위원회측은 현 정치권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인사들을 겨냥하는 까닭을 설명해야 한다.

「미래정치」를 내세우면서도 과거로 회귀하는 발상은 무엇인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현실정치에 대한 일부의 불만을 틈타 「옛노래」를 들려주며 뒷걸음질친다면 신당결성의 의미는 사라질 것이다.

둘째는 이번의 새로운 시도가 정치판의 물갈이를 원하는 국민적인 여망과 정서에서 영원한 것인지 아니면 최근의 미묘한 정치역학 구조를 이용해 신당을 결성함으로써 상대적인 반대급부 또는 어부지리를 노리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대목이다.

막대한 정치자금이 필요한 신당운영을 『책을팔아서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말한다면 누가 믿어줄 것인가. 「새정치」를 내걸고 실제로는 특정 정치추구집단의 정치판 재등단을 꾀하려한다는 의혹도 불식시켜야 한다.

셋째는 김 전교수 자신이 위상을 높이는 발판으로 삼아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항간의 의구심에도 해답을 들려주어야 할 것이다.

김 전교수는 태평양위원회 창립연설에서 『40∼50대 신진인사 가운데서 대통령이 나올 수 있도록 밀어 주겠다』고 밝혔으나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대안이 없다면 내가 나서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또한 김 전교수와 막후접촉을 벌이다 여의치 않자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정치개혁협의회」를 발족시킨 박찬종 의원도 「부패한 기득권 세력」을 성토하며 신당창당을 천명했으나 구야권에서도 방법론과 현실인식론에 현격한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어 「태평양시대위원회」와 같은 맥락에서 볼때 신당으로서의 역할이 의문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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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치를 펴겠다는 인사들이 먼저 유의해야할것은 『정치는 쇼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1991-11-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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