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의 국회 심의(사설)

예산안의 국회 심의(사설)

입력 1991-10-27 00:00
수정 1991-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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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각 상임위에서의 새해예산안 심의결과 정부가 제출한 예산규모보다 4천6백43억원이 증액되었다는 보도를 보고 국회의 예산심의기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17개상위 가운데 보사위 2천2백여억원,농림수산위 1천5백여억원을 비롯,교체·교청·문공·운영위등이 증액에 나섰고 그밖의 상위도 소수의견을 첨부하여 정부안대로 통과시키거나 일부 항목조정에 그쳤을 뿐 삭감한 곳은 하나도 없다.

물론 예결위등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이 아직 남았고 또 충분한 조건이 갖춰지면 증액을 할 수도 있다.그러나 국회나 의원 스스로가 항상 부르짖는 바가 「국민의 부담경감」이었다는 점에서 삭감 한푼없이 오히려 국민부담을 늘렸다는 것은 정치인의 신뢰와 관련하여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특히 새해예산안이 과거에 비해 확대예산이라는 지적과 비판이 적지않은 판에 국회가 증액을 시켰다는 사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정부의 예산안 확정과정에서부터 여여간에도 예산규모에 관한 논란이 많지않았던가.

야당의 경우 새해 예산안의 문제점과 예산증가율을 문제삼아 오면서 모두 1조6천여억원의 삭감을 주장해왔으면서도 상임위에서 한푼도 못깎았으니 어떻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여러 상위에서 여당의 벽에 막혀 소수의견을 첨부하는 선에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삭감의지가 확고하고 합리적인 접근을 했는데도 이같은 결과가 나왔는지 묻고 싶다.

혹시라도 새해 예산안과 정치의안을 연계하여 막판에 적당히 절충·삭감하는 것이 편하다는 발상에서 상위심의를 허술히 했다면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연계처리는 의안의 정밀심의를 막고 민주화에 역행하는 구습으로 버려야 마땅한 것이다.

여당은 의정에 대해 더 큰 책임이 있다.특히 국민부담에 대해 야당 보다는 훨씬 심사숙고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예결위에서 조정될 터이니 우리 상위에서는 증액으로 생색이나 내보자」는 생각을 했다면 명분과 대의에 어긋나는 일이라 하겠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관련 지역구의 민원성 혹은 생색용 예산을 증액한 것이라면 이 역시 도덕성에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오랜 기간동안의 예산편성작업중에는 무엇을 하다가 지금에 와서 이런 낯간지러운 짓을 하는가.

새해예산안은 아직도 예결위와 본회의의 심의를 남겨놓고 있다.특히 예결위의 심의와 계수조정은 중요하다.정치적 흥정으로 예산을 무쪽자르듯이 조정할 것이 아니라 보다 세밀히 심의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예산을 삭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이 있더라도 무조건 순증시킬 것이 아니라 항목이나 액수의 조정을 통해 국민부담이 늘어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1991-10-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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