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버금가던 「적군」,쇠락일로에(탈공산주의 소련을 가다:3)

미군에 버금가던 「적군」,쇠락일로에(탈공산주의 소련을 가다:3)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1-09-15 00:00
수정 199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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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공 독자군 창설… 지휘 체계 흔들/쿠데타 이후 국민 냉대로 사기 “바닥”

군부쿠데타이후 소련에서 가장 극심한 혼란상태에 빠져있는 것이 적군이다.고급장성의 80% 이상이 숙청될것이란 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고 가맹공화국들의 잇단 독립군대 창설발표로 통합적군의 유지 자체도 의문시되고 있다.그래서 그런지 모스크바 시내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소련군 장교들의 어깨도 어딘지 처져보인다.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은 거의 연일 적군의 개편방향과 가맹공화국간의 군대에 대한 새로운 조약체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지금까지 독립군대 창설을 발표한 공화국은 러시아를 비롯,우크라이나·우즈베크·아제르바이잔·백러시아·발트3국등 10여개에 이른다.

발트3국의 독립으로 소련의 국경선은 1백20㎞가 줄어들었다.러시아공화국내에서도 비록 옐친의 서명이 있었던것은 아니지만 「시트」(방패)라는 사회단체에 의해 러시아민주군지원병 모집이 시작되고 있다.러시아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복종하는 러시아민족군은 이미 1천5백명이상의장교와 사병의 지원을 받아놓고 있는 상태에 있다.2개월내에 8개의 부대창설을 목적으로 하고있는 시트는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기초로해 이들 부대들을 주요경제지구에 배치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아직까지 적군수뇌부나 고르바초프대통령의 생각은 가맹공화국간에 공동방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쿠데타 이후 소련군총참모장에 임명된 로보브 블라디미르 니콜라예비치장군은 『각공화국이 경제공동체를 구성한다면 군대도 단일공동방위체여야 합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각공화국이 독립군대의 창설을 서두른다면 연방의 무력수준은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현재의 적군형태를 유지하되 그지역출신 군인의 60%를 출신지역에 배당하되 해당지역 대통령의 지휘하에 두면 독립과 공동군대로서의 이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그가 제시하는 적군개선안은 현재 현역군인이 맡고 있는 국방장관을 민간인으로 교체하고 국방부는 징병과 이들에 대한 주택·임금등 지원만을 담당토록한다는 것이다.통합참모부의 총참모장이 연방군대의 훈련과 배치,지휘를 맡는것이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발트3국은 자체군대로 국경수비에 들어가고 있다.우크라이나는 그영토안에 주둔하는 소련군은 우크라이나대통령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말하자면 현재의 적군은 명령체계도 통합성도 없는 지리멸렬한 상태에 있다.

블라디미르 니콜라예비치장군이 명령체계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것 같다.

공화국지도자회의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새국방장관 예브게니 샤포슈니코프가 제안한대로 산하에 군사개혁위원회를 설치키로 결의했다.이기구가 적군을 한때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본래의 모습대로 유지할것인지,아니면 모두 지역방위군형태로 흩뜨려 놓을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그러나 관계자들은 적군의 통합성이 설혹 유지된다 하더라도 예전 동구동맹국들간에 있었던 바르샤바조약군보다도 그통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어찌됐거나 2차대전 당시 모스크바 세레메체보근처에서 독일군을 격퇴하고 만주에서 일본관동군을 몰아냈으며 쿠바에서,아프가니스탄에서,동독에서 세계평화를 흔들어 놓았던 공포의 적군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셈이다.

소련군부는 외세의 위협이 없다는 판단하에서 경제개혁에 걸맞는 개혁을 준비중에 있다.예브게니 샤포슈니코프장군은 미국 CNN­TV와의 인터뷰에서 징집병의 복무기간을 24개월부터 18개월까지로 줄일 방침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소련군대는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계속되는 환경 악화에 시달려 왔다.아프가니스탄 철수부대가 주택도,퇴역군인에 대한 일자리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르샤바주둔군이 역시 아무런 대책없이 돌아왔다.이번에는 또 숫자는 미미하지만 발트3국에 주둔했던 병력과 쿠바주둔 병력도 곧 철수할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미국과 더불어 세계최강을 자랑했던 적군의 위용은 이제 그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군이 동원된 쿠데타가 실패함으로써 국민들은 군에대해 더 냉정한 시선을 보내게 됐고 이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배정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됐다.<글=김영만기자 사진=박영군특파원>
1991-09-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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