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의 합병 허가여부 주목

재벌기업의 합병 허가여부 주목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1-07-24 00:00
수정 1991-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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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부담 줄여 경영합리화 모색” 평가/공정거래위의 판단이 최대 변수될듯

여신관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인가,경쟁력강화를 위한 것인가.

럭키그룹이 여신관리제도 개편 이후 처음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아래 여신관리상 제한을 받지 않는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합병신고서를 수리해야할 경제기획원 등 관계당국은 경제력 집중 완화차원에서 허가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허가여부가 재계의 관심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여신관리제도를 전면 개편,제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력업체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주력업체에 대해서는 여신관리에서 제외시켜주는 특전을 베풀었다.30대재벌의 주력기업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없이 은행돈을 마음껏 끌어쓸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새 여신관리제도가 시행에 들어간지 얼마 안돼 럭키그룹의 주력업체로 선정된 (주)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비주력계열사인 럭키소재와 럭키유화 및 럭키제약을 합병키로하고 지난 15일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냈다.

럭키그룹은 그룹내 석유화학분야업체를 수직으로 계열화,일괄 생산체제를 갖추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키로 했으며 이같은 계획은 지난 88년부터 구상해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럭키그룹이 비주력계열사를 주력업체에 대거 흡수키로한 것이 여신규제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합병이며 또하나의 경제력 집중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

럭키의 합병계획은 재벌이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자제하고 유사업종을 통폐합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이 있는게 사실이다.또 그룹내 계열사간 중복투자를 피하고 일관된 생산체제를 갖춰 원가절감을 꾀하는 등 경쟁력강화차원에서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도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합병이 주력기업의 여신특전을 이용,자금줄 확보라는 의도로 추진될 경우 편중여신의 심화라는 부작용이 커질 우려가 높다.더욱이 다른 재벌들도 최근 주력업체를 중심으로 「헤쳐모여」식 기업합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재벌의 여신관리제도가 무용지물로 변해버릴 가능성마저 있다.

경제기획원의 한 관계자는 『럭키그룹의 합병계획이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간의 결합이 아니어서 타기업에 대한 경쟁제한요소가 적지만 원료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유관업종을 수직결합함으로써 원료공급을 받던 여타 기업들의 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공정거래차원 뿐아니라 재벌이 여신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여신편중심화와 합병에 따른 대주주의 자본이득 등 부작용을 가져올 소지가 있어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합병은 금지하고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허용해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럭키의 기업결합을 순수한 경쟁력강화 차원으로 보느냐 경제력 집중으로 보느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권혁찬기자>
1991-07-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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