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만으로 찾을 수 있는 「길」(사설)

주소만으로 찾을 수 있는 「길」(사설)

입력 1991-06-12 00:00
수정 1991-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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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에서는 전국의 도로표지판을 알기 쉽게 바꾸고,서울시는 도로변 건물간판이나 관공서현판에 지번표시를 의무화해갈 방침이라고 한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도로표지나 지번이 시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만한 규모의 세계의 도시 중에서 서울처럼 집 찾기가 어려운 도시는 없다. 택시를 타면 기사에게 가려는 지점 주소를 대주고 가자고 하는 풍속이 몸에 배어 있는 나라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불가해한 것이 한국도시의 지번체계이고 그 중에서도 서울이다.

워낙 오래된 구도이고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식민지정책,전화로 인한 파괴와 재건따위의 격변을 거치느라고 도시개발이 체계있게 진행된 적이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약점이기는 하다. 그래서 한 동네가 무작정 이어지면서 같은 지번의 집이 수도 없이 얽혀 있어서 미궁속 같은 경우도 많다.

이런 부조리함은 하루아침에 개선되기가 어렵다. 소유주가 각각인 주민들이 살고 있는 기왕에 형성된 행정체계를 유지해 가고 있으므로 일시에 변혁을 할 방법이없는 것이다. 그런 조건 아래서 생각해낸 것이 도로변 건물이나 간판에 그 지점의 지번을 표시한다는 발상인 것 같다. 이 정도의 아이디어는 진작에 실시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 정도라도 제대로 나타난다면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다.

도로표지판의 경우에도 기존의 것은 혼선을 빚기가 쉬웠다. 이를테면 공항서 시내로를 들어설 경우 「시청」방면을 가리키는 표지나 표지판이 도로위에 또는 이정표로 그려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한참 가다보면 「시청」은 빠지고 다른 방향만 표시되어 나온다. 「시청」을 모르는 사람이면 시청이 이미 지나갔다는 뜻인지 앞으로 계속 가야 한다는 뜻인지 알기가 어렵다.

새 표지판은 이런 부적한 점을 보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개정작업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 수명이 다해 바꿔달아야 할 표시판부터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개체작업에 따르는 의혹 같은 것이 따를 수도 있다. 또한 이처럼 한 번씩 바꿀 때마다 막대한 예산이 축나고 엄청난 낭비도 따를 수 있는 일이므로치밀하고도 효율적인 검토 끝에 개정작업을 펴야 한다.

기왕의 「표식행정」을 통해 시민이 느껴온 불평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 모든 불편이 우리의 도시가 지닌 근본적인 조건 때문에 개선 불가능한 것도 많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조건 속에서도 개선될 여지는 많이 있었다. 시민생활에 대한 배려와 연구가 정성스럽기만 하다면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눈높이,글자의 크기 빛깔 등에 따라서도 부분적인 개선이 가능하고,현장답사가 조금만 있었어도 달라질 수 있는 표지 내용도 많이 있다. 특히 한자투 용어의 난해함 따위로 뜻이 전달되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가로수의 잎이 없을 때에는 잘 보이던 신호등이,잎이 우거지면 잘 안보이는 경우도 있다. 도시행정은 이런 것까지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지번표시의 경우에도 성의있게 알아보기 좋으면서도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게 하는 아이디어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역이나 공원근처에 세워둔,지역을 그린 약도 위에도 표적이 되는 지점의 지번이 들어가도록 한다든지 적당한 위치에 지번표지판을 세우는 방법도 곁들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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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고만 들면 시민의 불편을 들어줄 방법은 사방에 널려 있다. 그런 노력이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1991-06-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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