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감정싸움으로 비화/「2000년의 일본」 보고서 파문

미­일 감정싸움으로 비화/「2000년의 일본」 보고서 파문

입력 1991-06-07 00:00
수정 199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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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경제력 이용,세계지배 획책/미 두뇌집단도 일의 대변자로 전락”/미 연구소선 “일 입장 수용안한 내부용” 해명 급급

일본이 막강한 경제력과 교묘한 선전술을 이용,세계지배를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 비밀보고서가 최근 미국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로부터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뉴욕주 소재 로체스터기술연구소(RIT)가 미 중앙정보국(CIA)를 위해 마련한 「2천년의 일본」(JAPAN 2000)이라는 제목의 이 비밀보고서는 『주류일본인들은 늙을 줄도 모르고 부도덕하며 뒷전에서 음모를 꾸미는가 하면 문화를 조작·통제하려 드는,그야말로 하나도 본받을 게 없는 생물들』이라고까지 극단적 용어들로 일본인들을 혹평,자칫 미 일간의 감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이 보고서가 일본기업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한 연구소에 의해 작성됐을 뿐 아니라 최근 점증하는 일본의 영향력과 경쟁적 우위를 우려한 나머지 미 학계 및 언론계에서도 이같은 대일 비난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IT는 이 보고서에서 일본이 자신의 막강한 경제력을 십분이용,전세계에 일본의 문화와 가치를 강요하려 하는가 하면 일본내에서 그릇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미국인들을 일본의 비난자들로 비치게 하거나 미국이 일본의 문화를 바꾸려 하고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미일간의 감정적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미 작가 패트 초트가 「영향력의 대리인들」이라는 저서에서 주장한 논리와 보조를 맞춰,『미국의 싱크탱크(두뇌집단),대학 및 심지어 언론들까지도 빈번하게 일본의 선전목적에 경도되거나 금전 또는 특혜에 눈이 어두워 일본의 충실한 전달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RIT 관계자들은 『이 보고서가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지 않은 최초 초안에 불과한 것으로 금년말쯤에야 완결을 볼 예정이었다』면서 『연구소 내부의 의견수렴용으로 배포된 것이 언론 쪽에 흘러들어간 것』이라며 보고서의 신빙성 자체를 극구 부인했다.RIT의 홍보담당 부소장인 잭 스미스씨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보고서 초안의 톤이나 용어,주석부분 등이 일본과 일본문화,그리고 RIT를 지원하는 많은 일본기업들에 대한 RIT의 입장과 분위기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고서의 최초 초안은 10여 차례 손질되고 사용용어들도 신중하게 고쳐지게 마련』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보고서의 원래 취지는 일본 기업들이 매우 경쟁력이 있으며 우리도 하나의 국가로서 이와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고서 초안의 내용을 둘러싸고 예상밖의 논란이 빚어지고 그같은 논란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조짐마저 보이게 되자 최근 워싱턴 근교의 CIA 본부에서 4개월간의 연구작업을 끝낸 리처드 로즈 RIT 소장은 적어도 내년 가을 자신이 위촉한 한 조사위원회가 RIT와 CIA간의 관계정립문제에 대한 조사작업을 완료할 때까지 두 기관간 연구분야에서의 상호협력을 중단시켰다.

로즈 소장은 금명간 연구소 전체회의를 소집,보고서문제에대한 RIT측의 입장을 해명하고 자신이 앞으로 계속 소장직에 머물 것인지의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CIA가 전략기획 연구의 일환으로 RIT에 연구를 의뢰한 「2000년의 일본」 보고서 초안은 로즈 소장의 고위 보좌관인 앤드류 더허티씨가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코넬대학의 일본학자인 TJ펨펠씨는 『이 보고서가 엉성할 뿐 아니라 사실에서 벗어난 잘못된 기술들로 꽉 차 있어 마치 갓 태어난 기린을 롤러 스케이트 위에 올려놓고 균형을 잡으려는 것과 똑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혹평했다.

또 주미 일본 대사관측은 신중한 입장을 견지,최종보고서를 보기 전까지는 아무런 논평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위싱턴 AFP 연합>
1991-06-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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