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폭행 파문… 주변의 움직임

정 총리 폭행 파문… 주변의 움직임

입력 1991-06-05 00:00
수정 1991-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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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앙된 여론”… 외대학생집회 50명 참석/학교에 비난전화 빗발… 업무 마비/교육부엔 “폐교” 요구도… 해명 진땀/재야선 종전 강경입장 한발짝 후퇴

정원식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학생들의 집단폭행사건에 접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4일 일손을 잡지 못한 채 모두들 허탈한 표정이었다.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지난 3일 저녁 한국외국어대 교정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이 주종자 색출에 나선 가운데 외국어대를 비롯한 운동권학생들은 침묵하고 있어 큰 대조를 보였다.

○…정 총리서리 폭행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검찰은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그 어느 때 보다 철저한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3일 열린 전국검사장회의가 끝난 뒤 법무부 장관이 주재한 만찬자리에서 폭행소식을 들은 전재기 서울지검장과 신창언 북부지청장 등 검찰간부들은 밤중에 청사로 나와 대책을 논의하고 수사를 진두지휘한 데 이어 4일에도 밤늦게까지 수사진행상황을 점검.

○…관할인 서울지검 북부지청은 장재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4명의 검사로 구성된 「외대생 난동사건 전담수사반」이라는 이름의 임시수사반을 편성,수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 지청장을 비롯한 수사검사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행위로 주동자와 가담자들을 철저히 가려내 엄벌하겠다』고 거듭 다짐.

○…「범국민대책회의」가 있는 명동성당과 성균관대생 김귀정양의 사체가 안치된 백병원의 재야단체회원들과 학생들은 4일 『이번 사건의 1차원인은 현정권의 공안통치와 기만적 내각개편에 있다』고 주장하는 등 목청을 높였으나 겉보기에도 풀이 죽은 모습이 역력.

이에 따라 하오가 되자 「김양 대책위」는 『일단 검찰의 수체부검에는 응하기로 했으나 김양 어머니가 반대하고 있다』고 하루전에 비해 크게 입장을 후퇴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이날 교육부의 각 사무실에는 3일 한국외국어대에서 일어난 정 총리서리의 집단폭행사건을 규탄하는 항의전화가 빗발쳐 관계자들이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

항의전화 가운데는 『주동학생들을 제명시켜야 한다』 『대학을 폐교시켜야 한다』는 거센 목소리까지 나와 이번 사태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음을 입증.

이에 대해 교육부의 관계자들은 『이미 외국어대에서 주동학생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사지도를 해나갈 것』을 약속하면서 성난 목소리를 가라 앉히는 데 진땀.

○…이번 사건의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정 총리서리가 전임장관을 지냈고 공무 외의 강의를 나갔다가 학생들로부터 봉변을 당한 데 대해 매우 낭패한 표정들.

윤형섭 장관을 비롯,교육부의 실국장들은 3일 밤을 꼬박 지새우며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는 모습.

윤 장관은 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어라 말을 할 수 없다』면서 『이제는 대학이 정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비장한 어조로 강조.

○…전국대학교육협의회도 이날 상오 연세대·고려대·서강대·외국어대 등 서울지역 10개 대학 총장이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는데 이 자리가 어느때보다도 심각했다고한 참석자가 전언.

이날 긴급간담회에서 외국어대 이강혁 총장은 『국민과 여러 총장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밝히고 『사태수습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

총장들은 이어 이 문제를 보다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5일 하오 서울대 호암생활관에서 60여 개 대 총·학장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갖기로 의견을 모은 뒤 해산했는데 한결같이 무거운 표정들이었다.

○…외국어대 총장실과 교무처·학생처·총학생회 등 「전화번호부에 실려있는 외대의 모든 전화」는 4일 하루종일 학생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전화가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

항의전화 가운데는 학부모 외에 동문·선배들도 상당수였는데 내용은 대부분 『부끄럽다』는 것이었다고.

○…4일 상오까지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외국어대 총학생회는 거센 여론의 화살을 의식했음인지 하오 들어 다소 누그러져 정 총리서리 집단폭행에 유감을 표시하고 학교측에 누를 끼치게 된 것을 사과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한편 이날 하오 노천극장에서 열리기로 되어있던 총학생회 주관집회에는 불과 50여 명의 학생만이 참가해 무산됐는데 이를 두고 한 학생은 『많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행동에 동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외국어대학 보사는 1학기 마지막신문인 4일자 「외대학보」 1면 머릿기사로 정 총리서리폭행사건을 기민하게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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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학보」는 「본교생,국무총리에 격렬항의」 제하의 기사를 통해 비교적 상세히 상황을 설명했으나 결론은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계획적인 범행으로 단정짓고 수사하겠다고 밝혀 사건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것.
1991-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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