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1-06-04 00:00
수정 1991-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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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요즈음 매우 바쁘다. 현지 지도·각종 기념식 참석,외국인사 접견 등 4월 이후 북한의 언론매체에 소개된 그의 주요 동정만도 40여 회에 이른다.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분주한 몸짓. 국제의회연맹(IPU)총회와 자신의 생일(4월15일)이 겹친 탓도 있지만 그가 몸소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것은 북한이 지금 여러가지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음을 반영하기도. ◆그런데 김일성 행각 중 특이한 것은 일본에 대한 추파와 배려. IPU총회기간중 같은 민족인 우리 대표단을 제쳐놓은 채 일본 대표단을 접견한 것도 그렇지만 일본 언론에 대한 그의 예우는 참으로 각별하다. ◆올 들어 김일성과 첫 회견을 가진 일본의 매스컴은 마이니치(매일)신문. 날짜는 4월19일. 80년 9월 아사히(조일)신문과의 인터뷰이래 11년 만의 일이다. 일본 매스컴과의 회견을 극도로 기피해 왔던 그가 올 들어서는 마이니치신문을 필두로 일본의 언론인들을 차례차례 따뜻하게 포옹하고 있다. 5월14일에는 요미우리(독매)신문과 회견했고 지난 1일에는 교도(공동)통신 사장과 만났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일본 언론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질 듯. ◆그는 일본언론과의 회견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양국간의 현안문제 외에 일본을 향한 아부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젊은시절 항일투쟁에 몸바쳐 왔고 때문에 일본을 불구대천지 「원쑤」로 매도하던 그가 대일 수교협상에 나서면서 낯간지러운 소리를 늘어 놓는 것을 보면 「돈이 급하기는 급하구나」하는 측은한 생각과 함께 「주석의 체통이 말이 아니구나」하는 느낌도 갖게 한다. ◆주체성을 그토록 강조하는 그,남북대화와 평화적 통일을 그처럼 역설하는 그,한소관계 발전에,30억달러에 소련의 체면을 한국에 팔아먹었다며 욕을 퍼붓던 그가 최근에 일본에 보이고 있는 추태는 그가 주체성도,평화통일의지도,평양정권의 체면도 모두 팽개친 게 아닌가 여겨져 보기 민망하다.

1991-06-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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