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시위보다 민생문제 더 걱정”/노 대통령·원로들의 대화내용

“국민은 시위보다 민생문제 더 걱정”/노 대통령·원로들의 대화내용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1-05-18 00:00
수정 199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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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불신 심각한 상태… 물가·집값 잡아야/우리나라 장래는 사회개혁 추진에 달려

노태우 대통령은 17일 낮 청와대에서 고재필 전 보사부 장관,현승종 대한교원총연합회 회장,양호민 한국논단발행인,정준 제헌의원,김홍수 대한변협 회장,손인실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등 각계원로 6명과 오찬을 함께하며 현시국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이날 1시간30분간의 오찬대화가 끝난 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이수정 청와대대변인이 전한 대화내용의 요지.

▲노 대통령=원로들의 말씀을 자주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합니다. 오늘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십시오.

▲정준=과거에 비해 사회도 상당히 많이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대군사건이 발생해 유감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시위에 동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상황은 극복될 것으로 봅니다. 일반국민들은 물가 등 민생문제를 더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후진국엔 갈등이 적고 국민수준이 높고 급격히 발전하는 나라에는 오히려 갈등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교사나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현승종=4천명의 교사들이 참여했는데 대부분이 젊은 교사들로 교원노조 탈퇴자와 민주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입니다. 민주사회에서 견해를 밝히는 것은 자유이나 제자들에게 영향을 미칠까봐 자중자애하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40만 교사 중 4천명은 적은 숫자라고 봅니다.

▲노 대통령=소련이나 동구가 버린 낡은 이념에 매달려 목숨을 거는 운동권학생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현상이 빈발하는 특수성이라도 있습니까.

▲양호민=첫째는 절대적 또는 상대적인 빈부의 차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젊은이들이 달동네의 생활을 보고 충격을 받게 될 수 있지요. 빈부의 차와 관련,가장 심각한 것은 집문제입니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확실히 추진해야 합니다.

빈부의 차에서 연유된 계급투쟁의식은 북한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됩니다. 요즘 운동권의 경직된 계급투쟁이념에 대해서는 소련사람들도 놀라고 있습니다.우리의 장래는 앞으로 사회개혁을 어떻게 추진해나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고재필=문제를 일으키는 범주는 좌익세력,이상주의자,불평을 가진 자 등 3그룹입니다. 이상주의자와 불평하는 사람은 설득을 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나 좌경세력은 법에 의해 척결되어야 합니다.

▲노 대통령=정부도 기업이 기업윤리를 지켜 국민들의 신뢰를 쌓도록 종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처분도 같은 맥락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재필=토지투기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 대통령=국가보안법 개정안을 여당이 단독처리한 데 대한 법조계의 여론은 어떻습니까.

▲김홍수=야당과 재야가 법폐지를 주장했으나 우리 현실에 비추어 형법에도 대체로 불가하다고 봅니다. 여당이 일방통과시켰으나 결과적으로 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목적범만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운영이 잘돼야 합니다.

▲노 대통령=북한에서는 체제저항이나 부정은 물론 김일성 비판에 대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처벌형법조항을 갖고 있습니다.

▲김홍수=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일부 변호사들도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데 판사·검사를 안 거친 변호사를 양산하는 현 제도는 검토되어야 합니다.

▲정준=교도소가 실질적으로 교화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손인실=주부들이 장바구니 물가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일부 지도계층의 호화사치나 졸부들의 무절제한 생활도 문제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입시위주의 교육제도를 개혁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입시에 매달려 가정교육도,전인교육도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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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오늘의 젊은이문제는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무조건 과거를 부정하는 자세를 고치고 이런 면에서 현대사도 재조명되어야 합니다.<이경형 기자>
1991-05-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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