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최루탄 끝없는 공방에 염증”/마포서경비과장 양혁경정 사표

“화염병·최루탄 끝없는 공방에 염증”/마포서경비과장 양혁경정 사표

황성기 기자 기자
입력 1991-05-02 00:00
수정 1991-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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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전경 구속의 소모적 현실 안타까워

명지대학생 강경대군의 폭행치사사건 등으로 학생과 경찰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위진압 등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간부가 『돌과 화염병에 염증이 났다』는 이유로 사표를 냈다.

서울 마포경찰서 경비과장 양혁 경정(41)은 1일 상오 김영태 서장에게 사표를 낸 뒤 기자들과 만나 경찰복을 벗으려는 이유와 심정 등을 털어놓았다.

­사표를 낸 동기는.

▲강군의 사망으로 그 부모와 동료학생들의 마음이 아프겠지만 구속된 전경들과 그 부모들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전경을 비롯한 모든 경찰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을 보고 14년 동안 몸담아 온 경찰직에 더 이상 미련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학생과 전경이 끝없이 대치해 싸우는 현실에 비애마저 느낀다.

­예전에도 경찰직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는가.

▲지난 89년 구로경찰서 경비과장으로 재임할 때 경찰서 직원 50여 명을 지휘해 동양공전 시위현장에 간 일이 있다.

아들뻘 되는 학생들이 머리가 희끗희끗하고아버지뻘 되는 우리들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질 때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꼈다.

그 뒤 거듭되는 시위진압 등으로 때가 오면 그만두리라 생각해 왔었다.

­사표제출을 번복할 뜻은 없는가.

▲이미 40이 넘었는데 무엇이 아쉽겠는가. 다만 학생들의 폭력적인 시위방법이 달라졌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극한 투쟁이 아닌,외국과 같이 평화적인 시위문화가 하루빨리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사적인 이유나 인사불만 등으로 그만두는 것은 아닌가.

▲내 생활은 알뜰하다. 아내와 국민학생인 아들·딸 등 네 식구가 있다. 내가 집에 가는 것은 1주일에 한 번으로 그것도 밤 12시가 넘어서이다.

아이들과 아버지로서 얘기를 나눌 시간조차 없지만 사표를 낼 이유는 되지 못한다.

또한 나는 동기생 가운데 경감·경정 진급에서 선두주자였으며 2∼3년 뒤면 총경 승진도 바라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무한 대치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인 것이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끝난 뒤 양 경정은 『경찰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못하고 이대로 주저앉아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면서 후배들에게 『경찰발전에 힘써 달라』고 당부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황성기 기자>
1991-05-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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