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평온” 한·미 통상관계/이 상공의 방미 3박4일 결산

“불안한 평온” 한·미 통상관계/이 상공의 방미 3박4일 결산

정종석 기자 기자
입력 1991-04-26 00:00
수정 1991-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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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요구 거의 수용,분위기 다소 개선/“농산물 개방 확대해야”… 의회선 불만/“일 처럼 구조조정 협의 대상에” 강경론도

한미 통상관계가 전반적으로 개선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대한 통상문제를 보는 워싱턴의 시각은 온한이 교차하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존재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불편했던 한미 통상관계를 개선하고 양국간에 「신뢰의 가교」를 놓기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이봉서 상공부 장관이 25일 3박4일 동안의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침에 따라 나타난 평가이다.

지난해 한국내 과소비억제운동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한미 통상관계가 워싱턴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으나 이 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워싱턴의 분위기는 정상을 되찾은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달초 모스배커 미 상무장관의 방한 이래 2주일여 만에 이 장관의 방미가 이루어짐으로써 유례없는 양국 통상장관의 교환방문성사가 한미 통상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려놓는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모스배커 장관은 최근 한미양국간의 통상관계가 크게 개선되어가고 있음을 평가했다. 칼라 힐스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도 이 장관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최근 한미 통상관계가 호전되고 있는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보스킨 대통령경제자문위원장이나 포터 대통령경제정책 특별보좌관도 우호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행정부 인사들과는 달리 미 의회지도자들은 한국정부의 대미 통상마찰 완화노력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노출했다. 미 의회 의원들은 아직도 농산물과 일부 기계류 수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제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미하원 세입위 소속인 토머스 의원의 경우 지난 3월 한국정부가 발표한 92∼94년 중 농산물개방 예시계획에 캘리포니아주가 관심을 표시한 품목이 들어있지 않다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기본스 하원무역소위원장이나 벤슨 상원 재무위원장,댄 포드 상원 재무위원 등은 금융 등 서비스시장의 개방확대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 의회 인사들은 다음 선거를 의식,지역구와 연결된 시장개방압력을 한국측에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캘리포니아지역의 농산물과 중부지역의 쇠고기 등이 바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미 행정부의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 의회가 이처럼 아직도 한국정부의 시장개방 의지를 확실히 믿지 않고 있으나,전반적으로 볼 때 미국 조야의 대한 통상문제 평가는 지난해에 비해서 현저히 개선됐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같은 미국측의 태도변화는 미국측이 시정을 요구한 통상현안들은 우리 정부가 대부분 수용,해결했고 지난해말 통상각료를 경질하는 등 대미 통상라인을 일신한 것도 큰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앞으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타결을 위해서 미 행정부가 모범적인 개발도상국인 한국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유화제스처를 쓰고 있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한미 양국을 불편하게 만든 통상관계가 호전되고 있으나 미국내에는 행정부 쪽의 긍정적인 시선과 미 의회나 언론,또는 업계일각의 「점더 두고보자」는 의구심에 찬 눈길의 두 가지 흐름이 교차한다는 것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한 통상문제를 곱게만 보지 않으려는 측의 주장이 표면화해 의회와 언론을 등에 업고 여론화하면 한미 통상마찰은 언제라도 재연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최근 미 의회에는 슈퍼301조 연장법안을 비롯,301조 강화법안,금융서비스공정무역법안,무역협정불이행국가에 대한 제재를 위한 양자협정이행강화법안 등 쌍무적인 차원에서 무역보복을 감행할 수 있는 법안들이 많이 제출돼 있다.

뿐만 아니라 UR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농산물,특히 쌀 시장 개방문제가 대한통상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엿보이며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한국도 「구조조정협의」 국가로 삼아 상대국의 경제정책에 간섭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장관의 이번 방미로 한미 양국간에 한때 허물어졌던 신뢰의 가교가 재건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의회차원에서 통상관계의 개선노력이 강화되어야 하며 미국에 한국이 진정으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친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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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이나 업계에서 최근 한소간의밀착을 다소 경계하는 소리가 나왔다는 점에서 「새 친구」와 함께 「옛 친구」를 더욱 배려하고 통상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신뢰확보의 기반을 넓히는 작업이 여러 차원에서 계속되어야 할 것으로 진단된다.<워싱턴=정종석 기자>
1991-04-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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