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의 일본 방문(사설)

고르바초프의 일본 방문(사설)

입력 1991-04-15 00:00
수정 1991-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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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16일 동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국인 일본에 도착한다. 한국방문도 그렇지만 그의 일본 방문도 처음있는 일이다.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주목의 나들이가 아닐 수 없다. 전후의 냉전질서 청산과 탈냉전의 아시아 정착을 위한 협상과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 틀림없다.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질서의 향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일소 정상회담의 귀추가 주목된다.

전후 일본과 소련의 관계는 미소냉전의 연장선상에서 비교적 냉담하고 비정상적인 상태를 지속해 왔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미국과의 안보조약을 축으로 아시아에서의 소련을 봉쇄하는 냉전시대의 전선국가 역할을 해 왔다. 56년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면서도 소련과의 전쟁 공식종결을 위한 평화조약은 체결하지 못한 형식상의 전쟁상태가 지속되는 그런 이상한 관계가 지속되어온 것이다. 그러한 관계를 조성하고 장기화시킨 중요 원인이 곧 냉전과 전후 소련이 점령한 일본 북방 4개 도서 문제였다.

탈냉전의 평화공존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지금 소련과 일본은 모두 새로운 관계정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소련은 유럽국가인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국가이기를 바라고 있으며 경제건설을 위한 일본 등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 전제조건이 중국·한국 등에 이은 일본과의 관계정상화인 것이다.

일본의 입장에서도 동아시아의 새질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대소 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이 기회를 전후 45년의 염원인 북방 4개 도서 반환을 달성하는 데 활용하려 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이 같은 시대적 배경과 상호 이해 및 계산 일치의 토대 위에 이루어지는 것이 이번 고르바초프의 방일이며 일소 정상회담인 것이다. 다만 문제는 소련의 4개 도서 대일반환이다. 일본은 새 일소 관계정립과 대소 경제지원을 위해선 4대 도서문제 해결이 선결요건임을 강조하고 있고 고르바초프는 경원을 얻기 위해 영토를 팔았다는 국내 반발의 우려 때문에 간단히 호응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타협하고 해결하느냐가 이번 일소 정상회담 성패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어려운 국내 경제사정을 감안하고 동아시아·태평양 진출의 강한 의욕으로 미루어 소련측의 많은 양보와 그에 따른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많은 관측통들의 시각이다. 탈냉전적 평화·공존질서의 조속한 아시아 정착을 바라는 입장에서 우리가 일소 관계정상화의 순조로운 진행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군사대국 소련과 경제대국 일본의 관계정상화가 없는 동아시아의 새질서란 생각하기 힘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고르바초프 방일을 계기로 한 일소 협상과 거래에 최대한의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것 또한 우리의 입장이다. 일소에 대해 우리는 간단히 신뢰할 수 없는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우리의 이해를 무시한 강대국 비밀거래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소 관계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의 경우 분단의 고착이 아니라 평화통일 달성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은 일소는물론 미·중국 등의 중요한 책임임도 아울러 강조해 두고 싶다.
1991-04-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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