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방독면…/김주혁 국제부기자(오늘의 눈)

사이렌… 방독면…/김주혁 국제부기자(오늘의 눈)

김주혁 기자 기자
입력 1991-01-26 00:00
수정 1991-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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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는 24일에도 낮과 밤 한차례씩 공습경보가 울렸다. 물론 미사일 공격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수분만에 해제되기는 했다. 어쨌든 이스라엘 국민들은 지난 16일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된 이래 9일동안 4차례에 걸친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을 포함,모두 9번의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방독면을 쓰고 대피하는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짧게는 2∼3분부터 길게는 1시간 가까이 방독면을 착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젊은 나이의 기자로서도 10분정도 지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판이니 노약자들에게 그 고통은 대단한 것이다.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가 방독면 착용 때문에 질식하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킨 노약자라는 사실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이스라엘 시내는 그러나 겉으로 얼핏 보기에는 매우 평온하다. 거리의 상점들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문을 열고 행인들의 모습도 방독면을 핸드백처럼 들고 다니는 것 외에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 전국민 홍보체제가 잘 돼있는 탓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는 평상시 훈련과마음의 준비가 잘 돼있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을 한다. 23일 이라크가 발사한 스커드미사일이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에 의해 성공리에 격추된 것이 이들의 자신감을 부추겼고 또 실제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비해 국민들 사이에 나타나는 전쟁공포가 이렇게 적을 수 있을까 감탄할 정도이다.

그러나 『무섭지 않다는 말은 자기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대피소에서 사시나무 떨듯 겁에 질려있는 어린이 갓난아이를 안고 승객이 꽉찬 대피용 엘리베이터에 악착같이 함께 올라타려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성지이기 때문에 이라크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예루살렘과 주요 공격목표인 텔아비브 사이의 고속도로가 상오에는 텔아비브 방향만 극심한 교통체증을 보이고 반대방향은 지극히 한산한 것도 인간 누구나가 갖고 있는 단순한 생존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아무리 이스라엘인이라 하더라도 일단은 안전한 곳으로 가족과 함께 피신해 먼길을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자는아직도 방독면을 들고 다니는 습관이 몸에 배지않아 사이렌이 울릴때마다 허겁지겁 호텔방으로 돌아가 방독면을 뒤집어 쓴뒤 대피소로 뛰어간다. 그때마다 『내일부터는 방독면을 들고 다녀야지』하고 마음먹지만 번번이 잊어먹곤 한다. 이런 곳에서 1년 아니 한달만 지내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선택받은 민족」의 불행한 현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텔아비브에서>
1991-01-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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