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균형외교­실질협력 모색/가이후 일 총리 방한의 배경

한반도 균형외교­실질협력 모색/가이후 일 총리 방한의 배경

강수웅 기자 기자
입력 1991-01-08 00:00
수정 1991-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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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핵사찰 수용」이 수교전제” 전달/파고다공원 방문,“과거반성” 표시도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총리의 1박2일간의 한국방문은 비록 일정은 짧으나 새해 벽두를 장식하는 일본의 가장 중요한 정치외교 스케줄의 하나로 꼽힌다.

가이후총리는 9,10일 이틀간의 한국방문에 이어 13일부터는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 등 아세안 제국을 순방하며,3월쯤으로 예상되는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일,4월 중순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일본방문 등 중요 외교일정을 앞두고 있다. 또 5월쯤에는 중국방문도 검토되고 있으며,7월에는 런던 정상회담(선전국 수뇌회의)에 참석한다. 나카야마다로(중산태랑) 외상의 표현대로 『전류 일본에 있어서 사상공전』의 대형 외교일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이 그만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신질서 형성에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는 의지를 표출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가이후총리는 그 테이프를 한국에서 끊는다. 일본정부가 가이후총리의 방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서울체재일정에서도 잘 읽혀진다. 가이후총리는 일본총리로서는 처음으로 3·1운동의 발상지인 파고다공원을 방문하며,36년간에 걸친 식민지통치 시대의 「불행한 과거」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을 뜻을 표명한다. 가이후총리는 또 노태우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북한간의 국교정상화 문제와 관련,▲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보장조치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일·북한관계 개선의 전제가 되며 ▲남북대화의 진전 등 한반도 전체의 균형을 배려해가면서 신중히 대북교섭을 진전시키겠다는 방침 등을 밝히게 된다.

이것은 『일·북한관계 개선에 따른 한국측의 우려를 최대한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이후총리는 방한중 노대통령과 2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갖는 외에 9일 저녁 노대통령주최 만찬회 석상에서 「과거에의 반성」의 뜻을 표명하고 10일엔 파고다공원을 방문한다. 한일 양국간에 잉써서 가장 중요한 정치감각적 이슈인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노태통령의 일본방문때 아키히토(명인) 일왕의 「통석의 념」 표명과가이후총리의 「반성과 사죄」에 의해 『핵심문제는 해결된 상태」(노대통령)로 한일양국은 인식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가이후총리의 새삼스런 반성의 뜻 표명에 의해 『불행한 과거문제는 단락을 짓고 미래지향적인 한일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일본측의 의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올해는 태평양전쟁 개전 50주년에 해당하는 해여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향해 두번 다시 침략전쟁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지난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현안으로 남아있는 재일한국인 3세의 법적지위 문제의 해결시한을 오는 16일로 앞두고 있는 점 ▲방한후의 아세안 5개국 방문(13∼20일)때도 역대총리로서는 처음으로 「과거에의 반성」을 표명한다는 등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의 핵무기개발에 관해서는 한국은 물론,미소 양국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1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되는 일·북한 국교정상화를 위한 본회담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주한미군의 일부 철수가 시작된다. 주한미군의 철수가 비록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긴장완화라는 의미를 갖기는 하지만 남북한의 군사균형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일본의 안전보장에 있어서도 예삿일이 아닌 문제』(나카히라 노보루 대북한 국교정상화 교섭담당대사)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측은 일·북한관계 개선에 대해 『성급한 관계개선은 북한의 전술적 기도에 말려들 염려가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으며 일본서도 장래 국교정상화에 수반하는 북한에의 경제협력이 군사력 증감을 위해 전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체크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가이후총리는 이번 방한에서 북한의 핵사찰 수용이 일·북한관계 정상화의 전제라는 기본방침을 한국측에 전달,이해를 구할 생각이다. 가이후총리는 또 노태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소 국교수립에 관해서도 언급,『노대통령의 북망외교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냉전종식의 흐름을 가속시키고 있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이후총리의 표현이야 어쨌든 현실적으로 한일 양국 국민 사이에 여전히 남아있는 「마음의 벽」이 문제이다. 또 노대통령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크게 진전했다』고 일본측이 강조하는 재일한국인의 지문날인 적용 제외,지방공무원·교사채용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측의 불만은 크다. 항례적인 한일간의 무역불균형의 문제도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행 발표로는 지난 1년간의 대일 무역적자는 55억8천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마음」과 「현실」의 이같은 격차는 자칫 일본측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한꺼번에 대일비판이 분출,한일관계를 손상시킬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1박2일간의 짧은 일정인 가이후총리의 방한이 갖는 의미는 극히 중요한 것이라고 외교관계자들은 지적하는 것이다.<도쿄=강수웅특파원>
1991-01-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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