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하산 발걸음/이목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신중한 하산 발걸음/이목희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0-12-27 00:00
수정 199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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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에 휘몰아치는 세찬 눈보라가 전두환 전 대통령 하산문제 협의를 위한 청와대특사의 산사행을 지연시키고 있다.

그러나 20㎝나 쌓인 눈,초속 수십m의 강풍은 전 전 대통령이 현대판 「귀양살이」를 끌어내는 데 있어 주요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마치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를 떠나는 것에 심술을 부리는 듯한 일기 불순은 전 전 대통령의 하산을 며칠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반면 일반 국민과 정치권의 반응은 전 전 대통령의 하산을 영원히 막을 수도 있는 위력이 있다.

2년여 전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은둔한 것은 옛 왕조시대처럼 귀양이라는 공식적 징벌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6공출범 후 여소야대가 되면서 정치권과 일반 국민 사이에 5공 전체를 매도하는 분위기가 일어났으며 이러한 국민 감정이 전 전 대통령을 백담사라는 한적하고 을씨년스러운 산사로 몰아넣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전 전 대통령의 하산은 이같은 감정의 앙금이 해소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일방적 5공 매도의 종언을 의미하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청와대나 백담사측도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노태우 대통령의 전 전 대통령 하산희망 피력에 이은 청와대측과 백담사측간 일련의 접촉은 요식 절차를 넘어 국민과 정치권의 반응을 충분히 파악한 뒤 그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신중한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청와대나 백담사측에서 볼 때 다행스럽게도 전 전 대통령의 하산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은 듯하다.

전 전 대통령이 2년 이상 산사에 머물면서 절 밖으로 나온 것은 지난해말 국회 증언 때뿐이었다.

친지 및 측근들의 왕래가 자유스럽고 많은 신도 및 관광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 귀양살이 이상의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전 전 대통령이 정치적 활동을 않는다면 그의 하산·귀경에 반대치 않는다고 했고 국민들도 전 전 대통령의 하산에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전 전 대통령이 국민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매끄러운 방법으로 하산하는 절차만 남아 있는 듯한 상황이다. 전 전 대통령의 하산을 추진하는 측은 이번 폭설로 왕래가 불편해진 기간 동안 차분히 하산문제를 매듭짓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백담사에서>
1990-12-2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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