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사주기운동」의 양면성/채수인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배추 사주기운동」의 양면성/채수인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채수인 기자 기자
입력 1990-12-22 00:00
수정 1990-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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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의 수입개방에다 김장배추값마저 폭락하면서 실의에 빠져있는 농민들을 돕기 위한 초·중·고교생들의 배추 한포기 사주기운동이 연말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 이유가 어떻든 배추의 과잉생산으로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이 운동이 학생·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어 농촌의 소외감을 다소나마 달래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내 초·중·고교에서 샀거나 주문을 한 물량은 4.5t트럭 1백여대분인 90만포기(4천t)에 이르고 있다.

이 물량은 올해 김장배추 생산량 2백25만8천t의 0.18%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그렇지만 과소비 억제 캠페인이 필요할 정도로 도시민들이 그야말로 잘먹고 잘살면서도 농촌의 어려움에 잠깐의 시선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고 노여움까지 느껴온 농민들의 추운 마음을 녹여주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른 수입개방 압력과 이에 대한 정부의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서 농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으로 한해를 다보낸 농민들에게 이번 배추 한포기 사주기 운동으로 그래도 도시민들이,그리고 자라나는 학생들이 농촌에 힘을 줄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준 데에 더욱 뜻이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교생들로서도 농촌의 어려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됐고 쌀나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듯이 농업과 농산물에 전혀 문외한인 상당수 학생들에게는 교육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차원에서 보다는 우리의 전통미덕인 상부상조의 정신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찬사도 부족하고 장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민학교등에서 이번 운동에 대한 설명이나 품질확인이 충분치 못해서인지 저학년 학생들중에는 한포기에 일률적으로 4백원씩에 산 배추를 집에 가는 도중에 길가에 버리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 언배추도 있어 농촌에 대한 인상을 흐리게 하고 교육적 효과를 감쇄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운동은 도시민들에게 허탈감에 빠진 농민들을 도울 방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농민들도 혼자만이아니라는 안심감과 함께 보다 좋은 농산물을 적정량 생산해야만 한다는 영농원칙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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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다 근원적으로는 정부시책과 반대로만 하면 최소한 밑지지는 않는다는 농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해줄 농정의 신뢰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1990-12-2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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