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서방파」 두목 김태촌 재판이 증인들의 출정기피로 연기가 되고 있다. 20일 공판에 무려 5명이나 되는 검찰측 증인들이 모두 보복공포로 나오지를 않았다.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지난 6월 증언을 하고 나오다 법원 앞서 살해당한 사건까지 보고 있는 형편에서 증인들에게 공적인 의무감만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찮아도 지난 보복살인 때 법조계의 대책이 정리되긴 했었다. 보복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가해우려 피고인에 대한 보석요건 강화,검찰서 작성된 「참고인 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자는 등의 방법들이 나왔다. 하지만 조서의 인정은 또다른 쟁점을 제기했다. 증거능력의 당사자주의가 형사소송에서는 더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폭력과의 싸움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법이나 규정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법이나 여론도 폭력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이 분야의 통설이다. 영향을 주는 것은 오직 구체적 행동으로서의 물증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하는 일은 법정증인에 대한 신변보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안전한 장소에서 일체의 생활까지 책임지며 장기간 보호할 뿐 아니라,큰 사건일 경우 아예 신분 그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일까지 한다. ◆이런 일을 어떻게 조직하느냐는 오락적 폭력영화에도 줄줄이 나온다. FBI영화에선 이것이 제일 심각한 주제이다. 조직폭력과 싸우지만 인권은 인권대로 지켜야 한다는 원칙의 고통이다. 증인보호의 비용을 감수하며 비록 무법의 폭력이지만 법의 질서로 다스리겠다는 어려운 싸움의 과정이다. ◆우리도 결국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갖는 수밖엔 없다. 보나마다 예산부터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와의 전쟁」은 이런 예산부터 확보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서 시작이 돼야 한다. 좀 위험해도 법이 있으니 나와서 증언을 해달라고만 해서는 어려운 것이다.
1990-12-2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