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법원장에의 바람(사설)

새 대법원장에의 바람(사설)

입력 1990-12-12 00:00
수정 199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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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김덕주 대법원장이 우선 해야 할 과제는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대전 폭력배와의 술자리 합석사건에 판사도 끼여 있었음이 드러난 데서도 알 수 있듯 사법부의 위신이 이미 상당할 정도로 떨어져 있어 이의 복원노력이 무엇에 앞서 시급하기 때문이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사법부의 신뢰회복은 자체의 정화노력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며 그 노력은 사법부의 장이 앞장서야 하고 이번에 그런 계기가 이룩되어야 한다는 것에서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새 대법원장의 취임에 기대를 갖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분위기가 쇄신되어야 한다. 자정의 노력을 위한 자기성찰이 있어야 되고 그 반성의 토대 위에서 쇄신이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과감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더욱이 지금 사법부는 인사의 정체가 심해 원활한 운영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사쇄신이 사법부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은 사법부의 위상을 재정립할 책임이 새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하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법원장에 의해 사법부의 이미지가 크게 좌우되어온 경험을 갖고 있고 또 요즘과 같이 민주화의 과정에서 법과 질서가 실종돼버린 위기상황에서는 특히 대법원장의 능력이나 역할에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임기 6년의 새 대법원장은 6공의 첫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으나 차기 대통령의 집권 때까지도 재임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그의 역할이 새롭게 요구되는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확보하고 외압을 막는 것이 90년대의 사법부를 이끌어갈 그에게 주어진 책무이다.

개인적으로 그는 원만한 성품에다 폭넓은 대인관계를 갖고 있고 풍부한 사법행정 경력과 법률지식,뛰어난 판단력의 소유자로 듣고 있다. 또 큰 문제에 있어서는 원칙을 고수하는 데에 철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사법부 구성원간의 화합과 안정을 추구하는 데에는 적합하나 반면에 외압을 막고 문제의 과감한 개혁에는 회의적이라는 법조계 일부의 지적에 유념해야 될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숙제가 여기에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다양한 경력으로 전국 법관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훤히 파악하고 있어 사법부의 기풍쇄신에 적임자이고 또 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양심에 관련된 원칙적인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법부 내외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과제로 보는 것이다.

전임 이일규 대법원장이 2천년대 이후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사법부 장기발전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이를 완성해야 할 책임도 그에게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결이 공감대를 갖지 못하거나 사회발전·민주화 속도에 맞지 않을 경우 불신의 치유는커녕 오히려 그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는 것을 잘 인식해야 된다. 대법원장이라는 자리의 무게와 개인의 성향은 이래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1990-12-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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