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없는 세비 인상(사설)

염치 없는 세비 인상(사설)

입력 1990-12-11 00:00
수정 199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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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운영위원회가 국회의원 수당을 29.4%나 대폭 인상하기로 의결한 처사는 어떠한 논리로도 합리화되기가 어렵다. 세비의 대폭적인 인상은 윤리적 측면과 우리 경제현실,그리고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 등 어느 것을 보아도 도저히 납득이 되어지지 않는다.

정치적 문제로 70여일 동안 정기국회를 공전시킨 국회가 스스로의 세비는 단 10분 만에 통과시킨 그 기민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2대 국회 때만 해도 국회의원들이 수당을 인상해도 개정 당시의 국회의원 임기중에는 그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대 국회는 이 법률(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의 규정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해당 법률을 개정한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었던 일인데 이번에는 팽창예산이라 말썽이 많은 예산심의를 하면서 예산 증가율(19.8%)보다 10% 포인트 높게 세비를 인상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의 세비는 대폭 인상하는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우리 사회에는 집단적 이기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의원들의 세비인상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시중의 집단적 이기주의를 조장하는 연쇄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집단주의의 폐해를 없애는 데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국회가 오히려 집단이익에 급급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밀도 있는 예산심의를 통하여 국민부담을 최대한 덜어주어야 할 국회가 자신의 세비를 인상하는 것으로 예산심의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 되었다. 예산삭감은 커녕 증액으로 예산안 예비심사를 끝낸 국회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국회의원들은 스스로의 세비인상을 결정하기 이전에 국민여론은 물론 내년도 우리 경제 전망 등을 깊이 고려했어야 했다.

내년도 산업현장에서 만약에 두자리 수 임금 인상,그것도 30%에 가까운 임금인상이 이루어진다면 나라경제는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내년 근로자임금 인상률이 한자리 수내에서 억제되도록 그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의원들의 두자리 수 세비인상은 근로자들의 임금결정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바꿔 말해 의원들이 사회적 지도성과 책임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세비를 두자리 수로 인상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곡가를 한자리 수에서 억제하고 내년도 물가를 한자리 수에서 안정시킬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더구나 의원세비는 근로자의 임금,농민들의 추곡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의원들에게 겸직이 허용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임금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거듭 지적하지만 생계비를 한자리 수내에 억제하지 않으면 나라경제가 위태로울 지경에 있는 상황에서 활동비에 속하는 세비를 두자리 수에서 결정할 수 있는가.

오히려 국회를 공전시킨 기간 동안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이 참다운 국회의원상이 아닐까 한다. 굳이 근로자들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우고 싶지 않지만 국회도 국정에 기여한 만큼 세비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한자리 수내로 다시 조정되어야 한다.
1990-12-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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