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통일전통음악회(사설)

남북의 통일전통음악회(사설)

입력 1990-12-09 00:00
수정 199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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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교류에 관한 한 우리는 지금 매우 착실하게 실질적인 접근과정을 거치고 있다. 결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만은 아니다. 주변정세와 여건,남북한의 교류접촉 상황이 그러하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수시로 명암이 엇갈렸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한측은 서울과 평양의 두 차례 고위급회담에서는 비교적 성실한 자세를 보였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당국의 전민련 간부 구속사태를 놓고 대남공세를 계속하는 등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것을 빌미로 모든 대화를 거부할 뜻도 비쳤었다. 북한측의 최근 자세가 어디에 근거했든 그 때문에 지난 한 해 순조롭게 진행돼온 대화와 교류가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듯 예정대로 서울에서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가 열리게 됐다. 북측 참가단 일행 33명이 어제 아주 밝은 표정들로 판문점을 통해 입경했다. 남북한 대화와 교류의 밝은 앞날을 보는 듯해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이 통일전통음악회가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계속되고 축적되어 그야말로 민족통일음악회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한의 현실여건에 비추어 문화예술 및 학술의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40여 년 축적된 상호 이질성의 해소를 위해서나 오랜 대결의식의 순화를 위해서도 유익하며 쉬운 것부터 풀어가는 남북문제 접근원칙에 비추어서도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결상태의 양 당사국 또는 비수교국간의 교류에서 문예학술분야는 특별한 이점을 갖는다. 정치·군사관계는 「하나의 파이」를 나눠갖는 흥정의 측면이라는 점에서 가장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스포츠교류에는 물리적 이익이 따르지는 않지만 승패라는 정신적 영역의 부담이 있다. 또 경제교류는 자칫 체제의 우월성이 판가름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기 쉽다. 과거 동서독의 예가 그것이다. 이렇게 볼 때 문예학술교류는 그러한 이해와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바 모처럼의 남북음악제전이 계속 확대 축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술성 경쟁의 측면 또는 체제선전의 측면을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지금 남북한간최대의 현안이 돼 있는 이산가족 재회 및 예술공연단의 교환방문사업이 교착상태에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예술성 경쟁 또는 체제선전의 측면을 벗어나 순수성만 견지한다면 북측이 그토록 그들의 가극 「피바다」 등 공연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대화와 교류는 순수성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교류에 있어서는 가장 민족적이고 전통적인 것,예술적으로 건전하고 순수한 것이 지켜져야 한다. 물론 상대방을 비방·중상·자극하는 내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함께 넘어야할 수많은 고비를 눈앞에 두고 있는 남북은 어떠한 대화와 교류에도 이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오는 11일부터는 역시 서울에서 남북고위급 제3차 회담이 열린다.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며 펼쳐지는 전통고유음악의 은근한 가락과 멋 속에서 고위급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게 되리라 확신한다. 북에서 서울에 온 동포음악인들을 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1990-12-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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