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UR협상 결산/“파국은 막자”공감대… 협상시한 연장

브뤼셀 UR협상 결산/“파국은 막자”공감대… 협상시한 연장

채수인 기자 기자
입력 1990-12-08 00:00
수정 199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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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페만협조 의식 대 EC강공 자제/한국·일 등 상대 개방요구 드세질듯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종결을 위한 5일간의 브뤼셀 세계통상장관회담은 무위로 끝났다.

그러나 내년초 다시 한번 모임을 갖기로 함으로써 일단 우려됐던 결렬의 위기는 넘겼다.

세계무역자유화의 촉진을 겨냥,지난 86년부터 시작된 이 협상이 결렬될 경우 몰고올 파국이 엄청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협상참가국들 사이에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통상장관회담이 결렬되고 겨우 협상시한을 연장하는데 유일한 합의를 끌어낸 것은 농산물협상을 둘러싼 미국과 EC의 팽팽한 대립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EC가 수출 및 국내보조금으로 값싼 농산물을 생산,수출하기 때문에 국제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보고 두 보조금을 각각 대폭 감축하고 일정량이상의 수입을 보장할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꾸준히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자체시장이 큰 EC측은 미국측의 제안을 묵살,지난 11월에 GATT에 제출한 국내보조금의 30% 감축외에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회담종료 이틀전까지 버텼다.

물론 회담종료 직전에 EC가 수출보조는 보조금을 그대로 두되 보조받는 물량만 줄이고 국내소비량의 3%에 대해서만 수입을 보장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미국과 호주등 농산물 수출국들이 이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이번 회담을 결렬로 결말이 나게 했다.

미국은 이번 협상의 결렬을 막기 위해 그동안 완강하던 EC측이 지난 6일 제시한 수정안을 내심 받아들이고 싶었으나 다른 농산물 수출국들의 시선을 의식,이처럼 한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일방적으로 EC측을 코너에 몰지 않을 수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EC측이 수정안을 내놓은 것은 EC 내부사정으로 보면 협상전략의 대전환으로 평가되며 앞으로 있을 협상의 타결여지를 남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EC가 지난 6일 밝힌대로 협상에 융통성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C는 92년의 EC통합을 앞두고 공통농업정책의 대폭적인 변경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독일의 경우 통일로 농업의 비중이 높은 동독지역을 중시,프랑스 못지않게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강경입장이었으며 구성국가도 12개국이나 돼의사결정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이렇게 된 배경에는 EC측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EC의 대립이외에 중동사태가 크게 작용했다.

우선 미국의 정치 외교적 최대현안인 중동사태와 관련,UN의 결의로 오는 91년 1월15일까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제재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연내에 타결지으려고 한 반면에 이 사태에 대한 EC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었다.

이제 문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연기로 나타날 여러가지 영향이다.

먼저 다자간 협상안인 우루과이라운드를 자국에 유리하게 타결하기 위해 미국이 우리나라·EC·일본 등에게 대폭 양보하도록 쌍무적인 각종 통상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중일 때에도 미국이 쌍무간 협상으로 보험시장 등을 개방하도록 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개방요구와 무차별 압력의 공세를 어떻게 버텨낼지 의문이다.

일본은 이같은 가능성을 예견,이번 통상장관회담등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을 가급적 삼가 왔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행동을 취할 수 있었지만 이번 회담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농산물분야 협상에서 국내의 취약한 농업과 농민의 불만 등을 의식,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풀이된다.

이번 회담의 한가닥 극적 타결의 마지막 분기점이었던 비공식 농산물 각료급 회의에서 조경식 농림수산부장관은 이 회의 의장이 타결의 촉진책으로 제시한 방안을 비교역적 요소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일본·EC와 함께 거부의사를 보였고,이에 대해 통상담당 부서인 경제기획원·상공부 등에서는 한미간 통상마찰을 우려,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타결이 손실보다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 따라 이협상의 타결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박필수 상공부장관은 지난 4일 통상장관회담의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성공여부는 세계 무역체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회담기간중 신속하게 종결시킬 수 있도록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될 경우 가장 확실한 「승자」는 미국과 일본이지만 우리나라도 농산물 분야는 교역의 자유화로 어려움이 큰 반면 상품수출 등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미국의 통상법 301조에 의한 일방적 규제가 자제되고 반덤핑조치 등의 남용도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최소한 내년 1월로 넘어간 만큼 그 기간동안 각 분야의 협상내용을 점검하고 협상력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이 협상이 국내에 무조건 악영향을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전환시키도록 이제부터라도 협상내용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대응자세를 갖추도록 해야할 것이다.

UR 협상은 문제의 해결인 동시에 새로운 경제전쟁의 시작이 되고 있다.<브뤼셀=채수인특파원>
1990-12-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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