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일만의 여·야 만남/김명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128일만의 여·야 만남/김명서 정치부기자(오늘의 눈)

김명서 기자 기자
입력 1990-11-20 00:00
수정 199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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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당 의원들이 일제히 복귀한 19일 국회의사당은 어느때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지난 7월 야당 의원들이 철수한 이후 1백28일 만에 제모습을 되찾게 된 것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말이 유독 많이 나왔다. 오랜만에 마주친 여야 의원들은 자극적인 말은 삼가며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민자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나오니까 국회가 생기가 나는구만』이라고 인사했다.

평민당 의원들은 『남의 집에 온 것 같다』 『선거를 치르고 처음 등원하는 기분이다』라고 쑥스러워하면서도 『또다시 뛰쳐나가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국회현관을 들어서면서 『돌아오게 돼 다행스럽다』고 소감을 피력하고 『여당이 성실하게 나오면 우리도 성실하게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준규 국회의장도 본회의 모두 연설에서 『지난 4개월의 공백이 자기성찰의 기회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비약의 터전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여야간에 오고간 말대로만 된다면야 비록 한달여밖에 남지 않은 정기국회 일정이지만 알찬 결실을 거두리라는 점을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여야간의 현재 입장으로 미루어 총무협상에서 타결한 지자제선거법과 개혁입법문제 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파란과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추곡문제,팽창예산처리에 있어서도 여야는 팽팽히 맞서는 듯한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4개월여의 공백기간 동안 누적된 상대에 대한 앙금도 여전하다는 점이 국회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 김대중 총재는 기대와는 달리 끝내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자리를 지켰다.

더욱이 민주당 의원들의 8개 빈자리도 여전히 뒤뚱거리는 듯한 우리 국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상징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영광·함평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이날 의원선서를 한 평민당의 이수인 의원은 인사말에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고어를 인용,「물」은 국민으로 「배」는 국회로 비유하며 여야 의원들이 한몸 한마음이 되어 노력하자고 했다. 이 의원의 표현대로 한다면 「배」는 이미 여러 차례 침몰됐어야만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나왔지만 대다수가 우리 정치현실과 정치인,그리고 국회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다.

가느다란 희망이나마 이날의 활기찬 분위기가 지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1990-11-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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