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학자가 본 「북한경제와 개방」

일 학자가 본 「북한경제와 개방」

김인철 기자 기자
입력 1990-11-04 00:00
수정 1990-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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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북한 수교가 「평양개방」 촉진 가능성/일의 배상금 활용,경제난 탈피 추진/경제 호전되면 대남교류 나설 수도

북한과 일본의 국교수립은 정체상태에 있는 북한경제의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며 북한경제가 다소나마 호전될 경우 남북한의 경제교류도 진전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의 「동경 아세아경제연구소」 국제교류실 차장인 고마키 테루오(소목휘부)씨는 지난 2일 고려대 평화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4기 평화강좌에서 「북한경제의 구조와 개방가능성」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북한경제는 해방이후 장기적으로 보면 적지않이 발전,사회주의경제의 중진국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80년대 들어 그 성장속도가 크게 둔화돼 현재는 심각한 정체국면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마키씨는 『또 북한과 일본의 수교후 예상되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의 「경제협력 형태」가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구체적으로 에너지부문 및 원자재부문에 대한 중점적인 경제원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전력 및 석탄의 증산과 함께 제철부문의 생산력 증강을 위한 경제원조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간산업이자 군수산업과도 긴밀한 관계에 있는 제철분야에 대한 대북원조를 둘러싸고 한일간의 마찰도 예견된다는 것이 고마키씨의 진단이다.

다음은 고마키씨의 주제발표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북한경제는 1천2백달러 수준으로 추정되는 1인당 국민소득(GNP),기간산업의 완비정도,산업의 다양화정도 등 여러가지 경제지표를 종합ㆍ분석해 볼때 사회주의경제의 중진국 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경제는 80년대 들어 성장속도가 현저하게 저하됐으며 부진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북한경제의 위상을 가늠 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수치인 재정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 세입증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70년대까지 10% 이상 되던 것이 80년대 들어 10% 이하로 떨어졌으며현재는 5∼6%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북한경제가 전반적으로 정체상태에 놓여 있다는 증거이다.

북한은 현재 진행중인 제3차 7개년 경제계획의 중요달성목표로 10대 부문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그 실적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7월 제13차 세계 청년학생축전당시 합영공업부 부부장이 비공식적으로 외신기자들에게 전력 1천억㎾/H 목표에 4백50억㎾/H,철강 1천만t 목표에 6백만∼7백t 정도 달성했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북한경제가 84년에 끝난 제2차 7개년계획 종료후와 비교해 별로 발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에너지부문과 원자재부문의 침체는 매우 심각해 많은 공장들이 정전과 원료부족으로 조업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남북한의 경제격차는 80년대 후반부터 크게 확대되고 있다.

북한경제가 이처럼 부진한 원인으로는 첫째 설비의 노후화 및 기술의 낙후,둘째 과중한 군사비 부담,셋째 경제적인 효율성을 무시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와 정치우선적 경제정책 등 세가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기간산업분야에서 조차 일본 식민지시대의 설비가 아직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생산설비가 낙후되어 있으며엄청나게 높은 군사비부담(GNP의 20% 정도)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개선문이나 주체탑 등 대규모 건축물을 평양에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47억달러나 투입해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하는 등 정치우선의 경제정책은 연간 교역량 50억달러 정도에 불과한 북한경제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현재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고집하고 있으나 새로운 설비나 기술의 도입마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누적채무의 미상환,외화부족 등으로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80년대 이후 남북한의 경제격차가 뚜렷해지면서 북한의 경제관료들은 설비와 기술도입을 중시하고 있다. 또 소련 및 동구에서 시도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에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제까지 두차례의 경제개방을 시도했는데 70년초의 서방과의 무역확대조치가 그 첫번째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곧이어 밀어닥친 「석유파동」으로 무역불균형만을 심화시켰다. 50억달러 정도의 대외부채는 이때 발생한 것으로북한이 경제개방을 경계하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다.

북한은 84년 합영법을 제정한 뒤 외화 유치에 적극적인 몸짓을 보였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교역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련이 경화결제 및 국제가격에 의한 거래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북한경제에 설상가상의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급해진 북한은 대일수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며 일본이 제공할 「배상금」으로 경제의 악순환을 탈피하려 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간의 경제협력은 곧 인적 물적교류를 가져올 것이며 장기적으로 북한의 대외개방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일본의 수교이후 일본의 민간인 상사들도 대북 경제교류에 눈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화 8백억엔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의 기존 「대일 민간인 상사 채무의 선상환」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70년대초 시작된 남북대화는 장기적 측면에서 볼때 많은 진전이 있다고 보며 북한의 경제가 다소라도 호전되면 남북의 경제교류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 일본의대북 배상금이 한반도의 통일을 저해하는 반통일 자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김인철기자>
1990-11-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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