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이기는 길을 찾는다(질서있는 사회로:7)

「범죄와의 전쟁」 이기는 길을 찾는다(질서있는 사회로:7)

손성진 기자 기자
입력 1990-10-25 00:00
수정 199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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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퇴폐문화”… 10대 정서 좀먹는다/청소년 50%가 “음란비디오 봤다”/충동 못이겨 모방범죄 크게 늘어/“탈선온상”유흥가 단속ㆍ공연문화 개선 지속돼야

지난 88년초 서울 YMCA 청소년 상담실이 서울시내 남녀 중고생 6백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39.3%인 2백73명이 음란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해 충격을 던져 주었었다.

불과 2년뒤인 지난해 말 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년전 보다 훨씬 높은 10대 청소년의 59.7%가 음란비디오를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다른 조사에서는 국교생의 36%가 성인용비디오를 시청한 적이 있다고 응답해 음란물이 우리사회에 그것도 특히 청소년층에 급속히 번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조사에서 나타난 것 처럼 요즘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이 음란비디오를 본 경험이 있으며 나이어린 국민학생들까지 음란비디오에 물들어 가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외국의 환락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음란ㆍ퇴폐쇼 등이 이제는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의 웬만한 유흥업소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고 더욱이 이들 업소에는 청소년들까지도 아무 거리낌없이 드나들고 있다.

밤을 새워 영업을 하는 만화가게에서는 나이어린 학생들이 담배까지 피워대며 성인만화를 보는데 열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검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적발된 음란ㆍ퇴폐사범은 모두 1만2천7백12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적발건수 보다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의 불법비디오 단속반이 지난달 말까지 적발한 불법음란비디오는 5천1백35건에 2백45만1백84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나 늘어났다.

우리사회의 음란ㆍ퇴폐행위는 이처럼 양적인 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더욱 저질화되고 침투대상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남자 접대부를 고용,여자손님들에게 술시중을 들도록 하는 이른바 「호스트바」가 단속의 눈을 피해 번창하고 있고 음란비디오는 어른들의 손을 거쳐 안방에까지 들어가 어린자녀들이 부모 몰래 훔쳐보는 경우까지 흔하게 됐다.

두발과 교복자율화로 청소년들은 쉽게 유흥업소에 출입할 수 있게 됐으며 역주변 등 곳곳에 열린 비밀가게에서 음란도서를 자유로이 구입해 볼 수도 있다. 「노인대학」간판을 내건 어두컴컴한 비밀댄스교습소에서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 유부남ㆍ유부녀들이 대낮에도 춤을 추고 있다.

수십억대를 넘는 음란ㆍ퇴폐물을 만들어 전국에 팔아온 혐의로 지난 2월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구속된 백윤강씨(47) 등 18명이 팔다 남은 압수물 가운데는 근친상간을 묘사한 만화와 수간이나 성도착행위 등의 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 등 정상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저질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크게 범람하고 있는 음란ㆍ퇴폐물은 청소년들의 성범죄를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강간을 저질러 붙잡힌 청소년들의 대부분은 음란비디오를 본뒤 충동적으로 똑같은 행위를 흉내내고 싶어 범행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음란비디오를 본 중학생이 국민학교 1학년 여학생을 방범초소로 끌고가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폭행한 사건까지 있었다.

전문가들은 음란ㆍ퇴폐사범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단속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유흥업소나 잡지ㆍ도서ㆍ비디오제작업자들의 자체 정화와 사회적인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음란ㆍ퇴폐물에 대한 수요를 없애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른들 스스로 퇴폐업소 출입을 삼가는 것과 아울러 학교와 가정에서 청소년들이 음란ㆍ퇴폐업소에 접근하지 않도록 선도해 나가야만 한다는 의견이다.

대검찰청 윤석정 형사과장은 『우리사회에서 음란ㆍ퇴폐사범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안마시술소ㆍ퇴폐이발소 등 퇴폐업소의 출입을 삼가는 등 범국민적인 퇴치운동을 벌여나가는 것과 함께 각종 사회ㆍ종교단체에서도 건전생활운동 및 도덕성회복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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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음화 제조ㆍ판매죄의 법정최고형이 징역 1년에 불과하며 음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불법음란비디오 제작업자에 대한 처벌도 징역 2년 또는 3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음란ㆍ퇴폐사범에 대한 사회적 응징도 강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들이다.<손성진기자>
1990-10-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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