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 사찰사건의 교훈(사설)

보안사 사찰사건의 교훈(사설)

입력 1990-10-09 00:00
수정 1990-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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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경위와 과정은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매우 충격적인 게 사실이었다. 군 정보관계기관이 본래의 업무 한계를 벗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정치 사찰과 동향 파악업무를 계속해온 사실은 여러모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지휘 및 관리책임을 물어 국방장관과 보안사령관을 경질한 것은 보안사의 군 본연의 임무복귀와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이번 사건에 대해 비상한 관심과 우려를 나타낸 것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데서였다. 마침 지난 10월1일 우리 군은 종전과 달리 축제분위기를 곁들인 건군 42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가진 바 있다. 민군이 한 데 어울려 화합하고 군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숙연한 의지가 배어 있는 듯한 행사내용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군의 변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됐었다.

우리 군은 작금에 걸친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유지돼온 육 해 공 3군병립체제의 군 지휘구조가 강력한 통합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합동군형구조로 개편됐다. 또 군의 민주화 및 정치로부터의 중립을 보장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군인 복무 규율개정안」(대통령령)과 「국군 병영생활규정안」(국방부훈령)을 국방부가 확정한 것은 시대흐름에 비춰 적절한 대응조치로서 지적된 바도 있다.

사실 군의 민주화와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구는 「5ㆍ16」 「12ㆍ12」 「5ㆍ17」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개입」이 빚어낸 부정적 결과에 대한 국민적 반응이었다. 그로 인하여 정권의 정체성과 도덕성이 흠집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쇄신의지 위에서 정치적 중립화를 목표로 우리 군이 민주화를 추진해나가고 있는 오늘의 시점은 그런 점에서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더없이 소중한 시기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발생한 이 사건이 새롭게 조성된 민군 화합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빚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보안사는 군관계 특수정보 수집 및 수사를 담당한 군기관이다. 부여된 임무의범위와 책임의 한계내에서만 활동한다면 보안사가 갖는 기능과 역할은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오히려 군사기밀 보호와 군사안보 유지 측면에서 그 긍정적 기능역할이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우리는 충격과 당혹감 속에서 지난 88년 10월 국정감사 때 국방부 장관이 『군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방안의 하나로 보안사의 업무를 재정립,민관에 대한 정보수집활동을 지양하겠다』고 한 다짐을 상기하고자 한다. 국민들은 그러한 다짐이 군 정보기관의 과거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식하면서 새삼 군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갖고자 했던 것이다.



지금 시대는 민주를 구가하고 있다. 국민도 자율과 자유의 토대 위에 서 있다. 이러한 시기에 여하한 이유로든 민과 군이 유리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이번 사건을 민군 화합의 새 교훈으로 삼아야 할줄로 안다.
1990-10-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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