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동포의 한과 배상책임(사설)

사할린동포의 한과 배상책임(사설)

입력 1990-08-31 00:00
수정 1990-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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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동포에 대한 배상책임은 분명히 일본에 있다.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 대한 법적책임을 둘러싼 논의와 조치가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는 것이 이상하다. 더이상 이들의 존재가 역사의 그늘에 묻혀 희생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이들이 배상받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그 이유를 몇개만 들어 열거해도 자명해진다. 그 하나가 이들은 일제에 강제징용당해 전쟁도구로 이용당한 한국인들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일본정부는 수많은 우리 동포들을 강제징용할 때 고용기간이 끝난 뒤의 귀환을 약속했으나 일본인들만 귀국시켰을 뿐이다. 「사할린 50년」의 울분과 한은 이렇게해서 시작된 것이다. 그런 반세기 한을 지금에 와서야 법정에서 가리게 됐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알야야 된다.

그것 뿐인가. 60년대 들어 소련측은 일본정부에 대해 사할린동포들을 출국시킬 의사를 밝혔으나 일본측은 국적상실자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거절함으로써 또 한번의 귀환기회를 잃게했다. 강제징용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여기에다 귀환보장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인도주의에도 어긋나는 명백한 무법ㆍ불법행위를 일본은 저질렀음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배상책임은 이것만으로도 벗어날 수가 없다고 본다.

이번의 사할린동포ㆍ유족들의 일본정부를 상대로 한 위자료청구소송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한 것을,65년 한일협정에 의해 청구권문제가 완전 청산됐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번의 손배소에 일본의 관계기관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너무나 잘못되는 것임을 지적해 둔다. 그것은 간단히 설명해도 한일간의 조약이 소련영토인 사할린에까지 미치는 것이 아니며 당시 사할린동포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는 전후 일본의 몇 종교단체와 개인들이 나서 사할린동포들의 귀환을 위해 애쓰고 가족과의 상봉을 주선한 노력을 알고 있다. 이들은 그만큼 일본의 책임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동포들의 피맺힌 절규에 그나마 호응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극히 일부분의 동포가 일본내에서 잠시동안에 그치는 가족과의 재회가 고작이었다. 사할린동포문제는 이렇게 냉전시대라는 국제정치의 흐름속에서 사각지대가 돼 여태껏 방치돼 온 것임을 알게 된다. 청구소송에 늦어진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번에 고국에 와 핏줄을 찾은 무연고 동포 1백10명의 극적인 얘기는 우리를 너무나 가슴저미게 하고 있다. 고국에 오자마자 하루 이틀만에 1백4명이나 가족ㆍ친지를 쉽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을 이들은 50년 가까이나 무연고자로 가슴을 태워왔다. 어디 이 사람들 뿐이며,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그 책임이 일본에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더이상 한과 슬픔을 안겨주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야할 때라고 여기고 당국이나 관련기관,단체의 적극적인 활동을 촉구한다.



이번의 손배소는 단지 21명의 동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체 4만3천여명의 배상청구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되는 것이다. 국민적인 관심이 여기에 있음을 밝혀둔다. 일본법원의 양식에 의거한 성의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1990-08-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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