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의 갈등ㆍ정치적 미숙이 “불씨”/부토총리 왜 별안간 실각됐나

군과의 갈등ㆍ정치적 미숙이 “불씨”/부토총리 왜 별안간 실각됐나

유세진 기자 기자
입력 1990-08-08 00:00
수정 1990-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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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ㆍ군 견제로 개혁의지 실현못해/부패ㆍ종족분규 미해결로 민심도 이탈

지난 88년 12월 파키스탄국민들의 「피플스 파워」에 힘입어 회교국 최초의 여성총리에 취임하면서 파키스탄의 민주화를 이끌 새 기수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베나지르 부토 총리가 6일 집권 20개월만에 넘어지고 말았다. 부토총리를 전격해임시킨 굴람 이샤크 칸대통령은 해임원인으로 부토의 족벌정치와 정부의 부정부패,정치적 무능력을 지적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직도 파키스탄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군부와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부토는 88년 군부와 칸대통령사이에 이뤄진 타협아래 총리에 임명될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총리와 대통령 그리고 군부가 권력을 공유하는 삼두체제가 이뤄짐으로써 부토정부는 취임초기부터 많은 취약점을 안은 허약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취약점은 부토의 정치적 미숙과 겹쳐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부토는 집권 후 지아 울 하크 전대통령치하에서 자신과 함께 고난을 받았거나 친인척,자신과 친밀했던 측근들을 고위직에 대거 임명,족벌정치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것이 『부토정부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돼 왔는데 이같은 비효율성은 부토 스스로 야당측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로는 부정부패문제. 파키스탄공직자들이 부패해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지난 4월 부토총리의 남편인 아시프 자르다리가 파키스탄 최대의 독직사건이라 할 수 있는 부하리공갈ㆍ사취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게 된 일이다.

이 사건에 자르다리가 관련됐음이 명백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파키스탄국민들은 이미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취임 한달후인 89년 1월 54%에 달했던 부토총리의 인기도가 이 사건 후인 지난 6월 34%로 급락한 것만봐도 이 사건이 부토의 이미지에 얼마나 큰 타격을 가했는지 알 수 있다.

부토의 정치적 무능력에 대한 비판은 부토가 물려받은 해결과제들이 너무 많았던데다 총리의 권한행사를 제한하는 파키스탄의 독특한 2원적 정부체제에기인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내각책임제를 기초로 하면서도 대통령에게 총리해임권 및 의회해산권을 부여한 2원적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같은 제한속에 부토의 개혁노력은 사사건건 제동이 걸려 지난 20개월간 부토정부가 한 일이라곤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외엔 야당으로부터의 공격을 막는데 급급해왔다. 부토가 취임전 민주화개혁을 위해 내세웠던 수많은 선거 공약들은 결국 공약으로 그치게 됐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이 부토정부의 정치적 무능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게 됐다.

더욱이 부토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남부 신드주에서 인도출신 모하지르족과 토착 신디족간에 발생한 종족간 대립은 올해에만도 1천1백87명의 사망자와 2천4백91명의 부상자를 내는 등 파키스탄 최대의 위기로 지칭될 만큼 악화되고 있다.

이에 군이 동원돼 질서유지에 나섰지만 군이 「범법자」들을 체포하면 뒷전에선 정치적 압력을 받은 경찰이 이들을 다시 석방하는 악순환이 계속돼 군의 불만이 고조돼 왔다. 때문에 군은 군사재판소를 설치,범법자들에 대한 재판권을 군에 부여할 것을 요구했지만 부토총리는 그럴 경우 사실상의 계엄령상태가 되며 민간정부의 권위를 손상시킨다며 이를 거부,군부와의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신드주의 종족간 대립진압에 대한 군의 강경방침과 부토총리의 온건방침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충돌하고 만 것이다.

부토는 취임이후 인도 캐슈미르주의 분리운동을 둘러싸고 매우 공격적인 대인도외교정책을 폄으로써 인도와의 마찰을 계속 증폭시켜왔는데 신드주의 내우에 대인도마찰의 외환까지 겹쳐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 군부가 이번 부토축출에 나선 것이다. 칸대통령이 군부의 동의 없이는 부토총리를 해임할 수 없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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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8-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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