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대화할 뜻이 있는가(사설)

북한은 대화할 뜻이 있는가(사설)

입력 1990-08-07 00:00
수정 1990-08-07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류보편의 가치 추구와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국가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민족으로서의 자립·자주성을 갖고 자유와 복지가 실현되며 평화가 보장되는 민족공동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통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회복 발전시키려는 민족공동체는 민족의 자존과 번영을 기하고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한 사회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내외의 무성한 통일논의와 무책임한 행동논리로 하여 심각한 모순과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안으로는 전민련이 정부당국의 원칙론적인 만류에도 불구하고 범민족대회 평양예비회담에 참석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밖으로는 평양측이 지난 2일 이른바 「임수경 석방투쟁조선위원회」라는 단체이름으로 우리측의 보안법관계 구속수감자들을 「위문방문」하겠다고 제의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는 그러나 전민련의 독단적인 행동이나 평양쪽의 위문방문 제의는 자주·민족·평화적 접근이라는 보편적인 통일이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대화나 교류의 상대성을 무시한일방통행식 행동거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그들이 내세운 임의단체의 정체가 석연치 않다. 편지를 보낸 경위나 내용도 예의에 어긋날 뿐더러 단체이름이 사뭇 「전투적」이어서 한마디로 그것이 대남 통일전선전략을 수행하는 위장행동단체가 아닌가 여겨지는 것이다. 그들은 위문방문이 7·20 민족대교류 정신에 부합된다고 주장했다지만 그렇다면 더욱 이 제의가 민족대교류 선언으로 인한 개방과 교류압력을 피하려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평양측은 민족대교류 선언이 나온 지 불과 8시간 만에 이를 전면 거부했었다. 또 우리측의 대교류 후속조치들을 모두 거부하면서도 범민족대회 서울예비회담을 빌미로 대남선동 책동을 한껏 구사한 쪽도 그들이었다. 그 모든 것이 발전적인 남북대화와 교류의 초점을 흐리게 하려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평양쪽의 임의단체가 서울을 방문해서 위문하겠다고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그들은 모두 통일지상의 무분별·무책임한 행동논리아래 국내법을 어기고 밀입북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에 대한 제재와 조치는 명백히 국내법에 의한 것이며 이는 우리측의 체제와 이념에 따른 것이고 무엇보다 내정에 속하는 사항이다.

지난 19년간 갖은 난관과 우여곡절속에서도 그나마 이어져온 남북대화는 모두가 72년의 7·4 남북 공동성명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민족의 통일은 자주·민주·평화적인 방법이어야 하되 상대방 체제와 이념에 대한 비방이나 훼손은 하지 않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남북 공동성명의 정신인 것이다. 북한측은 최근들어 이 근본정신마저 외면하고 있다.

최근 북한측의 일련의 대남자세를 분석컨대 우리는 북한측이 과연 대화에 뜻이 있는지 대남선동에 주력하는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 제의를 보면 그것은 분명히 대화교류의 차원보다 대남 통일전선전략에 입각한 선전 선동쪽에 더 큰 비중이 두어졌음을 알 수 있다.

대화는 그래서는 안된다. 성실성과 순수성이 결여된 대화는 성공할 수 없다. 교류는 더욱 어렵다. 북한측은 더욱 진지해져야 하는 것이다.
1990-08-07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