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8-07 00:00
수정 199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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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앗간 이엉 사이로/이가 시려 오는/새벽 달빛으로/피난길 떠나는 막동이 허리춤에/부적을 꿰매시고 하시던/어머니 말씀이/어떻게나 자세하시던지/마치 한장의 지도를 들여다 보는 듯했다.…』 ◆시인 함동선 교수의 시집 「식민지」에 나오는 「마지막 본 얼굴」은 이렇게 시작된다. 황해도 연안이 고향인 그는 중학생 때 「피난길 떠나는 막동이」로 월남하여 온 처지. 휴전선에 가서 망원경으로 북녘땅을 보느라면 자기 집이 보일 듯 말 듯 하더라고 그는 말한다. 『어른이 된 후 그 부적은 땀에 젖어 다 떨어져 나갔지만 그 자리엔 어머니의 얼굴이 늘 보여…』.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그는 곧잘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얼마전 화갑기념논총 증정식을 가졌으니 그 또한 부적 꿰매주던 어머니 나이만큼 되어버렸다. 비가 오던 그날 밤,축하객들에 싸여 담소하는 가운데도 가끔씩 어리던 그늘. 그는 북녘땅 어머니를 생각하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사향곡·사모곡이 많은 시인. 그도 이번 방북 신청의 장사진속에 끼어 들었던 것일까. 접수 첫날만 6천6백여명이었다니 사향곡·사모곡은 시인의 것일 수 만은 없다. ◆반드시 가게 된다는 생각에서의 신청은 아니다. 가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사항」이 절반쯤은 차지하는 반신반의의 신청들. 북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에나마 벌써부터 설레는 가슴들. 예 놀던 뒷동산이 뇌리를 스치고 물장구 치던 실개천이 망막에 어린다. 부모형제와 일가친척 친구들의 얼굴까지. 그러나 지나가버린 40년 세월. 이루어진다 해도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가 귀로의 감회로 되는 것이니라. ◆겨레의 맺힌 한을 풀어 보자는 일에 정치염색을 해서는 안되겠다. 이번만은 수많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북녘은 아집의 패각을 뚫고 지구촌의 흐름을 바로 볼 수 있어야겠다.

1990-08-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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