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외언내언

입력 1990-07-31 00:00
수정 1990-07-3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실감나게 덥다. 오랜 장마끝이어서 그런지 참기 어렵게 덥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생사가 걸린 것처럼 피서들을 떠난다. 그 인파가 또한 숨막히게 한다. 지난주 말에는 5백만명이 피서지를 찾았다고 한다. 당연히 뒤따르는 것이 물놀이 사고다. 일요일 하루에 33명의 익사자가 나왔다. ◆여름은 어느 해나 찾아온다. 그런데도 요즈음의 여름은 못견디게 더 더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참을성이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더위는 땀흘리며 참는 것이 아니라 피서로 피해 버리거나 선풍기 에어컨디션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세태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불쾌지수」니 「열대야현상」이니 하는 유식한 용어가 도입되어 매체를 장식하니까 사람들의 참을성은 점점 박약해지는 것도 같다. ◆그런말 모르던 옛날에는 『여름이란 더운 것』이라는 각오아래 기껏해야 등멱정도로 여름을 이겼다. 냉장고가 보급되지 않았던 그 시절에는 샘물을 『이가 시리게 시원하다』고 했었는 데 지금 손 담가보면 그렇게 차지도 않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비달호를 타고 남미의 남쪽끝에 있는 곳엘 간 일이 있었다. 그곳은 추운 곳이어서 그는 두껍게 입고도 모닥불을 피워놓고 『추워,추워!』하며 떨어야 했다. 그런데 그곳 토인들은 벌거벗은채 『불 가까이 있으면 타죽는다』며 불에서 멀리 떨어지려 했고 게다가 땀까지 흘렸다. 그 점이 다윈에게는 수수께끼처럼 놀라웠다고 술회했다. ◆같은 날씨에 대해서도 이렇게 감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 사람이다. 더위를 피하기로만 작정하다 보면 더위를 이길 능력은 점점 퇴화하고 만다. 더위를 피하는 것은 「땀」을 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땀을 피하고서 어떻게 좋은 「가을」을 맺겠는가. 계절의 가을걷이든 인생의 가을걷이든 땀을 흘리지 않고는 결실이 어려운 것을….

1990-07-31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