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걸린 북한의 「남방정책」/서방 접근행보 왜 빨라졌나

시동걸린 북한의 「남방정책」/서방 접근행보 왜 빨라졌나

우홍제 기자 기자
입력 1990-07-22 00:00
수정 1990-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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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ㆍ중 원조 줄자 경제난 타개 모색/일ㆍ영ㆍ호 등과 합작 추진… 외채상환도 재개

북한은 요즈음 심각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등 서방 자본주의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겨냥한 「남방정책」을 서둘러 추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방세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금까지 상환을 거부해 왔던 총 60억달러의 외채원리금도 다소나마 갚으려 하고 있으며 이러한 북한의 태도변화는 폐쇄적인 그들 사회가 개방되지 않을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지가 21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이같은 남방정책은 한국의 북방정책과 대칭적이어서 겉보기엔 매우 흥미롭지만 한국이 과거 오랫동안의 대외지향 성장전략으로 얻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유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경제난과 정치ㆍ사회의 경직성 등 불리한 여건속에서 서방세계에 접근하느라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 두드러진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사정은 그동안 후원자의 역할을 해오던 소련과 중국이 자국경제사정을 이유로 구상무역의 대폭적인 축소를 요청함에 따라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스트지는 동구외교소식통을 인용,지난 4월 평양에 들른 모스크바의 한 사절이 북한측에 구상무역규모를 30% 축소토록 요구했으며 다분히 원조성격을 띤 이러한 무역이 줄어듦에 따라 북한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지적했다.

소련은 이밖에도 최근들어 북한에 대한 원유무상공급량을 20% 감축시킨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따라서 북한은 사회주의이념에 의한 유대관계만을 내세워 더이상 소련이나 중국에 의존할 수는 없는 형편이고 급변하는 국제정세도 이를 용납치 않을 것으로 충분히 인식하게 됐기 때문에 서방에 대한 접근 노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스트지는 북한의 이같은 노력이 아직까지는 초보단계이며 서방국가들 가운데 일본이 새로운 시장확보를 위해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측이 북경에서의 양국간 영사급접촉을 대사급으로 격상토록 한 요청을 일축해 버렸고 앞으로도 평양당국이 워싱턴에 대해 많은협조와 양보의 자세를 보이지 않는한 두나라 관계개선의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도널도 그레드 주한 미대사가 최근 『한국이 동구국가들과 성공적으로 수교를 한 사실이나 노태우대통령이 고르바초프를 만난 것 등은 뒤어난 외교정책의 본보기』라며 북한은 앞으로 주변 국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만 외교적 성과를 얻을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스트지는 학술토론회등과 관련,민간 베이스의 미ㆍ북한교류가 늘어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오스트레일리아와의 경제교류를 확대하는 것을 비롯,영국을 포함한 유럽자본주의 국가들과 새로운 합작사업을 벌이기 위한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서방 금융계는 북한이 최근 스위스에 대한 외채가운데 일부를 갚은 사실과 스웨덴에 외채상환 의사를 밝힌 사실에 크게 놀라고 있으며 지금까지 없었던 이러한 유화적 제스처가 경제개방의 구체적인 조짐이 아닌가하는 풀이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으로 포스트지는 보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대서방세계 접근이 한반도 긴장완화에도 적잖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견해를 보이고 있다.<홍콩=우홍제특파원>
1990-07-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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