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입시제도와 수험생의 부담(사설)

새 입시제도와 수험생의 부담(사설)

입력 1990-04-29 00:00
수정 1990-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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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녀들 중 대부분은 성장기에 입시병으로 골병이 든다. 연극을 감상하고 소설을 읽고 취미삼아 피아노를 쳐보고,그림을 그려보는 따위 아름답고 윤택한 성장의 자양을 섭취하는 일을 「쓸데없는 일」로 차단 당하고,「입시에 실패하면 인생은 끝장」이라는 강박관념에 짓눌려 심신이 완전히 위축된다.

거침없이 쑥쑥 자라야 할 시기에 이렇게 혹독하게 시련을 겪는 일이 개인당사자에게나 가정ㆍ사회 나아가서는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교육」의 이름으로 겪어야 하는 이 상처 큰 세례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게,잃는 것은 적고 얻는 것은 많게 치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학입시제도의 개선목적이다.

28일 문교부가 확정해서 내놓은 새 대학입시제도 개선안은,그런 목적에서 볼때 여전히 우려스런 점이 많이 있는 듯하다. 새 안의 특징은,대학교육적성시험을 도입하고 고교내신성적을 상향조정하고 대학별 고사를 실시한다는 데 있다. 그중 「대학교육 적성시험」부분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개선안이 나오자 이대목에 많은 논란이 있었으므로 이 시험을 「고차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발전된 학력고사」라고 바꾼 듯하다.

「학력고사의 발전」이라면 현행을 유지하고도 가능하다. 전체 수험생이 다함께 치러야 하는 이 엄청난 시험을 고차적인 사고력의 측정방법으로 치르는 일이 가능하겠는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출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중앙교육평가원이 맡고 관리만을 대학들에 맡긴다. 시험 영역을 언어,수리탐구,외국어 등으로 집중하게 한다는 점에서 고차원적인 사고력의 측정을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과외에 대한 욕구와 수요가 가중될 것에 대한 새로운 우려도 있다.

대학별 고사를 부분적으로 부활시킨다는 점도 개선안의 주요골자다. 시험을 치르고 안치르는 여부와 과목의 결정이 대학의 자율로 정해진다. 결과적으로 해당 수험생은 아직은 유곽조차 희미한 「발전된 학력고사」에 대비하면서 대학별 고사에 대비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짊어지게 되었다.

목적에 합당한 효과적인 측정도 의심스럽고 수험생에게 부담만 늘려주느니 보다는 차라리 이쯤에서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확대하여 자율폭을 늘려주고 내신성적의 관리와 적용을 철저하게 보완하여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돕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상당히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입시관리에서 오랫동안 손을 놓았던 대학들을 위해 공교육기관인 중앙교육평가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잦은 입시제도의 변화로 평가기능에 대한 연구도 빈곤한 상태에 있는 것이 우리 형편이다. 「적성시험」의 출제를 「주객관식 혼합형으로 다양한 교과영역에서 관련된 소재를 골고루 활용」하는 방법으로 실시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그게 어떤 것이 될지 실감되지 않는다. 그러잖아도 수험생이 되면 암중모색에 시달리게 마련인데 3년 후에나 다가올 입시준비 때문에 예비수험생들은 벌써부터 혼란을 느낄 것이다.

시행착오만 거듭하며 이 나라 젊은이 모두를 사로잡고 있는 「대학입시」에서 조금이라도 숨이 트이게 하는 일이 더 긴요하지 않을까 싶다. 새 「개선안」도 그런 시각에서 한번 더 걸러 보기를 당부한다.
1990-04-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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