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평등 「신사고」(사설)

남녀 평등 「신사고」(사설)

입력 1990-03-25 00:00
수정 1990-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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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모집광고에 「남자만 뽑는다」고 못박은 기업이 법의 처벌을 받게 되었다. 엄연히 남녀 고용평등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취업기회에서 여성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데도 여자는 뽑지 않겠다는 광고를 낸 것이 고발을 당한 것이다.

이 고발은 이미 지난해 11월에 접수된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고심을 하다가 드디어 위법성을 인정하고 약식기소를 함으로써 고용평등법 첫 적용의 예를 남기게 되었다. 해당 기업들은 벌금도 물게 되었다. 「○년○월 이후 출생한 남자로 병역필 또는 면제자」라는 모집문구를 관행으로 오랫동안 사원모집을 해온 모든기업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러는 이 「충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불복하려는 기업도 적지 않게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기업은 기업운영에서도 대단히 낡은 사고를 하는 기업 이리라고 생각된다.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진 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한 외국인 기업에서는 사원모집 광고에서 「우리 회사에서는 사원모집에서 여성에게아무 제한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라는 글귀를 일부러 밝히고 있다. 유명한 컴퓨터회사로 세계적인 첨단산업의 선두주자인 이 회사가 모집광고에 이런 단서를 밝힌것은 그 기업이 지닌 선진성을 선전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 회사의 인사담당간부가 피력하는 바에 의하면 「여성인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이런 단서를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어차피 사원선발의 최종권한은 기업에 있는 것이므로 능력이나 업무성격에 따라 기업은 마음에 드는 인재를 뽑아 쓸수 있다. 그 고유권한은 침해받지 않으면서 모집대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여성에게서 축소시키는 것은 기업의 편견이거나 고루함일 뿐이다.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이같은 관행으로 임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기업의 무신경이고 낙후함을 뜻한다. 새로이 「처벌」조항까지 생긴 법을 묵살하고 타성적인 신입사원 모집방법을 그냥 행사해온 일 자체만으로도 유능한 인사관리를 못해왔다는 지적을 받을수 있다.

이번에 고발당해 약식기소로 처벌을 받게 된 기업은 첨단사무기기ㆍ보험ㆍ제약사들이다. 그중에서도 「보험」은 여성인력을 보배삼아 살쪄가는 기업이다. 이 기업들의 어떤 영업ㆍ사무ㆍ생산ㆍ연구직에서도 여성이 소외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상위 관리직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유휴인력이 오히려 고학력 여성쪽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 소비자를 상전으로 할 기업이미지를 위해서도 여성에게 배타적인 인상은 좋을게 없다. 각선미 좋은 여성을 사무기기 앞에 선정적으로 앉혀놓는 눈요기 광고만으로는 성숙한 기업 이미지는 심기 어렵다.

법률제정까지 불가피했던 것이 남녀평등의 문제라면,기업은 그런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부응하는 진취성과 노력을 보일수 있어야 한다. 특히 책임있는 기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그런 뜻에서 약식기소에 불복하고 정식기소를 할 움직임을 기업측에서 보인다는 소식은 유감스럽다. 기업이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신사고로의 전환기회를 얻게 되었다면 벌금 2백만원은 비싼 수업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1990-03-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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