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반도에 정경분리정책 적용”/평통자문회의 통일정책 토론 내용

“소,한반도에 정경분리정책 적용”/평통자문회의 통일정책 토론 내용

한종태 기자 기자
입력 1990-03-22 00:00
수정 1990-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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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남ㆍ정치­북」 통일때까지 고수 예상/북한 의식,수교 주저… 대북군원 계속할 듯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장에서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통일전망」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소간의 수교 움직임과 통독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사안들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기 위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호민씨(정치평론가)ㆍ이태영교수(전 호남대학장)ㆍ최문현통일원통일정책실장 등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특히 양씨는 『소련은 현재 한국의 존재를 인정해 접근하고 있지만 동맹국인 북한의 「두개의 조선 반대정책」에 부딪쳐 한국과의 수교를 계속 주저하고 있다』면서 『소련은 동구 동맹국들이 대한수교를 끝낸 뒤 한국과의 수교가 세계정치에서 당연한 현실이 된 뒤에야 대한수교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연내 한소수교」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양씨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소련의 한반도 정책과 통일문제=소련의 대한반도정책은 전반적인대외정책,특히 대미관계 개선의 맥락에서 수립되고 있다.

그리고 그 동기는 소련의 대내정책,즉 경제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고르바초프는 과거와는 달리 소련의 외교정책문제를 신설된 연방인민대의원 대회와 언론매체의 토의에 부치고 있다. 이른바 「외교정책에서의 글라스노스트(공개)」가 그것이다.

그는 외교정책에서 「신사고」를 내세우면서 스탈린이래의 대외정책을 비판하고 종래의 원칙에서 탈피하려 하고 있다.

그의 신사고 기본개념은 ▲자본주의 국가의 안보도 인정돼야 하며 따라서 안보는 상호주의 입장에서 해석해야 한다 ▲세계를 사회주의 진영과 제국주의 진영이란 식의 계급적으로 갈라서는 안된다 ▲인류 공통의 가치가 계급투쟁의 원리에 우선해야 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제도간의 투쟁은 이제 국제관계에서 중요한 모순이 아니다 ▲현재의 국제관계를 이끌고 나갈 보편적 원칙은 상대방을 인정하는 「평화공존의 원칙」이다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사회제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등 대략 6가지 내용으로 설명된다.

즉 고르바초프의 「신사고」는 서구적 민주주의 사상과의 화해를 의식한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그는 미국 또는 서구와의 이데올로기적 대결이 아니라 탈 이데올로기적이요 냉철한 현실주의 관점에서 소련의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내정에서는 언론의 자유,1당독재 포기,복수정당 허용 등 광범위한 민주화를 추진해 왔고 최근 생산수단의 사유제까지 도입하여 서방측의 신뢰를 획득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정책도 한반도에는 두개의 국가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현실을 토대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를테면 소련은 한국의 존재를 인정,접근하고 있지만 동맹국인 북한의 두개 조선 반대정책에 부딪쳐 대한수교를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는 바르샤바조약기구 국가들,즉 헝가리 폴란드 등이 대한수교를 맺고 체코 불가리아 등이 수교 준비를 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일체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는 동구 동맹국들이 한국과의 수교를 끝내고 나서 대한수교가 세계정치에서 당연한 현실이 된 후에 한국과의 국교를 수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련은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도 북한을 희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과는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한국과는 국교없이 경제교류를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측이 국교수립을 원하는 데 대해서는 김일성정권의 체면을 봐서 좀처럼 응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소련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을 시베리아 개발동반자로 끌어들이고 물자교역을 하는 데 모아지고 있다.

광대한 시베리아의 개발은 소련경제발전에서 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을 경제기지로 하여 상호이익이라는 관점에서 그 기술과 자본을 유인하려고 시도한 일이 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련은 사실상 한국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한국으로서는 미국ㆍ서구 등의 보호무역주의,최근 노사분규ㆍ공해소동ㆍ임금인상 등으로 말미암아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는데 산업계는 이같은 위기감에서의 탈출구를 시베리아쪽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다만 국교의 부재,과실송금 방법,외화청산 등으로 인해 대담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있다.

소련의 당면한 대한반도정책은 주한미군을 고려,북한측에 군사원조를 계속하되 남북간의 무력충돌은 결코 바라지 않고 있으며 한국과는 경제협력을 적극화하는 동시에 문화교류를 통해 친소무드를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정치문제는 최후단계로 미루려 하고 있다. 그런데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의 국제적 성원을 북한보다는 오히려 한국에서 얻고 있는 고르바초프는 반 페레스트로이카,반 글라스노스트,반 민주화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김일성정권에 호감을 가질 수는 없다.

최근 소련의 출판물등에서 김일성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에 기울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해방이후 북한ㆍ소련의 원천적 관계나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련이 추구할 수 있는 길은 정치에서는 북한쪽에다 비중을 두고 경제에서는 한국쪽에다 압도적 비중을 두면서 남북통일이 되는 날까지 두개의 한국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통일에 관해서는 남북한간의 대화에 맡기고 있는형편이며 어떠한 이니셔티브도 취하지 않고 있고 취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한종태기자〉
1990-03-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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