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평화와 근로자 의식(사설)

산업평화와 근로자 의식(사설)

입력 1990-03-21 00:00
수정 1990-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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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자신이 올해 노사분규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자료가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근로자의식 조사연구」는 전국 1백19개 작업장 2천2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인데,임금인상은 경제여건과 회사 사정을 고려해 요구돼야 하며 노조가 정치활동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대부분이 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계절마저 잊은 분규의 중압감속에 지난 3년을 지내온 우리에게는 비록 의식조사의 자료라 하더라도 한줄기 산업평화의 섬광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하기는 현장에서도 이러한 증상들이 나타나 있다. 마산ㆍ창원지역만 해도 지난 2월까지 노사분규는 2곳에 머물렀고 쟁점도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예컨대 주택금융자 같은 문제들로 정리돼 가고 있다. 우리의 노사분규 결말이 일본형이 될 것이냐,남미형이 될 것이냐 기로에 서 있다고까지 불안해하고 답답해했던 위기감이 한결 가라앉으며 기대해 볼만한 심리적 여유까지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위로가 된다.

그러나 사실은 이 시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근로자가 사리를 찾고 과격을 벗어나 욕구조절의 선택을 할때 이제는 한숨 놓았다하고 사용자가 다시 안이해진다면,이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경제난국이라는 여건이 있다. 이 역시 사용자에게는 자신의 입장을 더 옹호하는 방편으로 쓰일 수 있다. 이것이 무엇보다 지금 이 시기에 심사숙고 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가 이 계기에 창조해야 될 가장 우선적인 항목은 노사간의 진정한 신뢰의 구축이다. 자제와 양보를 핵심적 열쇄로 지적해 왔지만 이것이 바로 서로의 신뢰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는 아직도 충분히 설득적이지 않다. 모든 것을 터놓고 함께 말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라고도 말해 왔지만 이 역시 불신의 벽을 앞에 놓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날 갑자기 봇물처럼 함께 터져버린 우리의 노사분규는 그러므로 또 어느 한 기업과 노조간의 개별적 타결로 수습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도 있다. 운동적 차원에서 지금 전체가 묶여 있고 또 운동적 차원이 아니더라도 국민적 인식속에 이 문제가 객관적 합의를 얻어야 할 것으로 공지돼 있다.

따라서 기업이나 사용자의 신뢰라는 것 역시 보다 사회적 신뢰로써 표현이 되어야 할 과제이다. 기업이 여전히 부동산투기나 재테크 등에 매달려 있다는 인상을 가지고 거기에다 연구나 기술개발이나 또는 설비투자에 대한 구체적 노력도 없이 단지 어느 한 시점의 장부관리상 신뢰성만 주장하고 있다면 바로 이것이 근본적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비전에 의한 행동거지의 신뢰가 보다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전환기속에 있고 이는 시간이 지나가면 정착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무리이다. 전환기 속에서 진실로 가야 할 길과 방법을 찾고 그 최선의 것을 선택할 때에만 전환기는 종식된다. 우리는 오늘 이 시점 근로자들의 양식을 존경하며 근로자가 먼저 산업평화의 출발점을 다지는 데 대해 사용자들의 한차원 더 높은 각성과 공동노력을 촉구한다.
1990-03-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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