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우 현장 갔다더니 수십만원 법카 회식… 강북구청장의 거짓

[단독] 폭우 현장 갔다더니 수십만원 법카 회식… 강북구청장의 거짓

박재홍 기자
입력 2022-10-25 05:00
수정 2022-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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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가 현장서 보고”… 거짓 동선 기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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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희 서울 강북구청장
이순희 서울 강북구청장
이순희 서울 강북구청장이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당시 수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발표한 시간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수십만원에 달하는 저녁식사 비용을 결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잠긴 날, 업무일지엔 우이천 순찰

서울이 물에 잠기는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이 ‘호화 식사’를 하고서 폭우 현장을 방문했다고 꾸며낸 것이다. 수해 당시 일부 단체장의 행적이 물의를 빚었던 만큼, 이 구청장의 ‘회식 후 거짓 동선 기재’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신문이 24일 확보한 ‘강북구청장 동선·업무일지’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서울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지난 8월 8일 오후 8시 ‘우이천 하천 순찰’을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 시간 한식집 결제… 거짓 동선 논란

그러나 서울신문이 입수한 강북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이 구청장은 우이천을 방문했다고 한 10분 뒤인 오후 8시 10분 A한식집에서 법인카드로 16만 3000원을 썼다. 명목은 ‘주민참여예산사업 추진 관계자 간담회’로 돼 있으며, 참석자는 7명으로 기재돼 있다. 우이천과 A한정식 식당은 1.1㎞가량 떨어져 있다. 평상시 차량으로 약 5분, 도보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폭우로 인한 혼잡한 교통상황과 식사시간 등을 감안하면 ‘축지법’을 쓰지 않는 이상 10분 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시 서울에는 8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수동 등 강북구 곳곳에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시에 따르면 8월 폭우로 인해 강북구에서 발생한 재산피해는 193건, 4억 3400만원이다.

이 구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다수 서울 구청장들이 수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던 9일에도 공식 일정과 다르게 인근 자치구에서 회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선·업무일지에는 이 구청장이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인수천(우이동 숲속문화마을)을 찾아 현장을 둘러봤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약 20분 뒤인 오후 8시 49분에는 다른 자치구에 있는 B고깃집에서 41만 9000원을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인근 자치구 구정교류 관계자 간담회’ 명목으로 15명이 함께한 자리였다.

인수천과 B고깃집은 대략 6.5㎞ 거리다. 차량을 이용해도 20분 이상 소요된다. 또한 음식점 비용 등은 주문할 때가 아닌 식사를 마칠 때 결제한다. 수해 현장 방문과 법인카드 사용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 이 구청장의 행적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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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관계자는 우이천 하천 순찰(8일 오후 8시)과 인수천 일정(9일 오후 8시 30분)에 대해 “8일과 9일 이 구청장이 현장에 방문했다는 동선·업무일지 시간엔 (구청장 대신) 담당부서 실무자가 현장에 도착해 이 구청장에게 보고했다”면서 “구청장은 식사를 마친 뒤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이 구청장이 실제로는 현장 대신 회식 자리에 있었고, 공식 일지엔 거짓 동선을 적었다고 시인한 것이다. 이 구청장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2위 후보와 438표 득표 차이로 당선됐다.
2022-10-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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