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미인도’ 진위규명에 적외선·3D·DNA분석 과학감정 총동원

檢 ‘미인도’ 진위규명에 적외선·3D·DNA분석 과학감정 총동원

입력 2016-12-19 16:13
업데이트 2016-12-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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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천경자식 제작 방법 확인”…전문가 안목감정도 진작 우위

19일 검찰이 진품으로 결론 내린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고(故) 천경자 화백은 본인의 작품인 미인도 전시 포스터가 시중 목욕탕에 걸려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해당 포스터와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작품을 확인한 뒤 “재료와 채색기법 등이 내 작품과 다르다”며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이 제작 시기와 안료, 한국화랑협회 판정 등을 근거로 ‘진품’이라고 재확인하면서 진실 게임 양상으로 번졌다.

한동안 잠복해있던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9년 ‘청전’ 이상범 화백 작품 위작 사건으로 권모씨가 구속되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가 검찰 조사에서 “미인도도 내가 위작했다”고 주장한 게 계기가됐다.

이어 작년 8월 천 화백이 숨지자 차녀인 김정희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재차 미인도가 위작임을 주장하고 급기야 올 5월 국립미술관 관계자 등을 고소·고발하며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 檢 “미인도, 천경자 독특한 제작 방식 그대로 구현”

검찰은 1977년작인 미인도의 진위를 가리고자 5개월간의 수사 과정에서 현존하는 감정 방법을 모두동원했다. 전문가들이 눈으로 확인하는 안목감정은 물론 X선·적외선·투과광사진·3D촬영·디지털 영상분석·DNA분석 등이 대거 활용됐다.

검찰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작품 13점을 정밀하게 비교·분석했다. 권씨가 미인도를 본떠서 만든 작품(모작)도 비교 대상이 됐다.

그 결과 미인도와 천 화백의 다른 작품 사이에 확연한 동일성이 드러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우선 미인도는 천 화백의 독특한 제작 방식이 그대로 구현됐다.

천 화백은 통상 D화랑이라는 곳에서 제공하는 화선지로 3배접→바탕작업시 화선지 위에 ‘백반·아교·호분’으로 바탕칠→여러 차례 덧칠 작업을 거쳐 ‘석채’ 안료로 채색 완성→D화랑에서 표구하는 등의 순서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인도에도 이런 방식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것이다.

특히 두터운 덧칠이나 희귀하고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한 점 등은 위작의 통상적인 제작 방법과 다르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육안으로는 잘 관찰되지 않는 사물의 외곽선 자국(압인선)이 ‘꽃잎’, ‘나비’ 등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미인도에서도 발견됐다.

미인도에선 천 화백만이 가진 채색기법도 식별됐다. 천 화백은 여러 차례 덧칠을 반복해 작품의 밀도와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림 밑층에 부분적으로 다른 밑그림이 드러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인도를 맨눈으로 보면 화관 풀잎 밑층에 다른 형태의 풀잎선이 나타나고 입술 밑층에서도 다른 입술 모양이 보인다. 또 머리카락의 밑층에는 숨겨진 꽃그림이 발견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위작은 원작을 보고 베끼거나 약간의 변형을 준 스케치 위에 단시간 내에 채색작업을 진행해 다른 밑그림이 발견되기 어렵다. 실제 권씨의 모작에서도 다른 형태의 밑그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천 화백이 1976년도에 고소인인 차녀 김씨를 모델로 그린 ‘차녀 스케치’도 식별의 근거가 됐다.

이 작품은 올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구도와 세부 묘사에서 미인도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비슷한 스케치 방식이 1981년작인 ‘장미와여인’에서도 나타난다.

이를 통해 검찰은 ‘차녀 스케치’를 바탕으로 미인도와 장미의여인이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의 안목감정에서도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감정위원 9명 중 소수는 ‘진품에 비해 명암대조(밝기)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등을 이유로 위작 의견을 냈지만 대다수가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등에서 진품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동안 미인도 위작자를 자처한 권씨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미인도 원본을 확인한 뒤에는 “진작임을 넘어 명품에 가까운 수작”이라며 자신의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 檢, 관심 모은 프랑스 감정팀 “신빙성 의문” 결과 배척

반면에 기대를 모았던 프랑스 유명 감정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감정서는 검찰에서 배척됐다. 이 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속 숨겨진 그림을 찾아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된 팀이다. 고소인측에서 직접 감정기관으로 정해 비용을 부담했다.

검찰에 따르면 프랑스팀은 특수 카메라로 미인도와 천 화백의 진품 9점을 스캔해 촬영한 뒤 각 사진 이미지를 수치화하는 방법으로 분석했다.

명암대조와 빛의 균형, 눈, 콧방울 등 9개 세부 항목으로 나누어 수치화한 결과 미인도는 모든 항목에서 진품과 다른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미인도는 ‘장미와여인’을 보고 제작한 위작으로 진품 가능성은 0.00002%”라는 게 프랑스팀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러한 방식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진 이미지 분석을 통한 수식 산출 방식이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위조 여부를 판단할 근거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팀은 모나리자를 1천650개 단층으로 쪼개어 밑그림부터 그림이 그려지는 전체 과정을 한 층씩 분석하는 기법으로 그림표면 밑에 숨겨진 다른 형상을 밝혀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미인도 감정 보고서에는 이러한 방식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프랑스팀이 사용한 계산식을 미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진품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 다툼의 여지가 없는 진품조차 진품 확률이 4%대로 아주 낮게 나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이외에 수학 알고리즘을 활용한 디지털 영상분석기법도 시도했지만 미인도와 비교 진품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작품에 묻은 DNA를 추출하는 DNA 감정은 유전물질 손상으로, 필적 감정은 유의미한 비교·분석의 어려움 등으로 ‘감정불가’ 판단이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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