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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적막한 고향집…보성역 분향소에 100여명 추모

백남기 농민 적막한 고향집…보성역 분향소에 100여명 추모

입력 2016-09-27 14:47
업데이트 2016-09-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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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백씨 보성 고향 ‘밀밭’엔 밀 대신 잡초만 무성

고(故) 백남기 농민의 고향인 전남 보성군에도 추모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백씨가 서울대병원에서 오랜 투병 생활을 해왔고 ‘진상규명’ 요구의 거점도 서울에 집중된 탓에 27일 백남기 농민의 10대에 걸친 집안 탯자리이자 백씨의 노년 삶의 터전이었던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은 쓸쓸한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백씨 집안의 어르신과 함께 찾은 백남기 씨의 자택에는 사람이 오래 자리를 비운 탓에 마당 한쪽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고, 거미줄이 곳곳에 걸린 툇마루에는 우편으로 배달된 농민신문과 각종 고지서가 수북이 먼지와 함께 쌓여있었다.

툇마루에는 밭 농산물을 헤집고 다니는 멧돼지를 쫓느라 백씨가 밤새 치고 다니던 꽹과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마을 주민이자 백씨 집안 친척인 이순금(90·여)씨는 “정직하고 성실한 남기가 세상을 떠나버렸다”며 “이제 마을을 돌아다니는 멧돼지는 누가 쫓아주냐”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지난해 11월 상경 전날 백씨가 아내와 함께 800여평에 우리 밀을 파종한 밭에는 밀 대신 잡초만 무성했고, 주인 잃은 밭에는 수확 시기를 놓친 고추가 시들고 있었다.

오랜 항의 농성장이었던 보성역에 26일 차려진 고향 분향소에는 지역인사와 주민, 농민회 회원 등 100여명이 다녀갔다고 보성군 농민회 관계자는 전했다.

분향소에 10여개의 조화가 도착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농민회 관계자는 “장례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조화를 보낼 때가 아닌데, 보낸 사람 성의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보성 분향소에는 백씨 투병 시절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근조 리본으로 바뀌고 있었고, 분향소 주변 보성역 광장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펼침막이 하나둘씩 내걸리고 있었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김정섭 보성군 농민회 사무국장은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과 처벌받는 사람이 없어 장례를 기약할 수 없다”며 “마음속으로만 향후 장례일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종친이자 주변 마을 이웃인 백준선(73)씨는 “백남기는 다만 의로운 농민이었을 뿐이다”며 “귀촌해 무보수 이장으로 일하며 마을 일을 책임지던 사람이 떠났으니 이웃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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